yashica T4 / 12.3 / 애기의 토실토실하고 뽀얀 다리는 언제나 봐도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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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다. 영어예배 소풍이 계획되어있었고,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지만, 아내와 다민이를 데기로 동물원까지 가기는 좀 무리였다. 가까운 공원에 가면 할것이 없다고 거기까지 가자고한 사람이 못내 아쉬웠지만 나 때문에 계획을 바꿀수는 없었다. 결국에는 아내 손목이 많이 안좋아졌다는 사실반 핑계반을 대고 가지 않았다. 가지 않기를 잘한것같다. 아내도 심적으로 안정감을 가진 것 같고, 다민이와 뒷산 산책도 하고 황장엽의 '대화'라는 책도 읽었다. 아내는 다민이와 내가 나가있을 동안에 청소와 집안일을 좀했다. 없을동안에라도 좀 쉬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음주에 있을 백일 잔치 준비를 시작하려는 듯했다. 고 사무관과 저녁약속을 위해 홍대에 나섰다. 아내와 나오라는 말도 하지 않았을뿐더러 아내도 좀 쉬고 싶다고 해서 나 혼자 갔다. 잘한것 같다. 오랜만에 만나도 여전히 어제 본사람처럼 정겨웠다. 사진을 못찍고 나간 것이 좀 아쉬웠다. 아내분도 같이 왔는데 나이들어서도 저렇게 같이 여기저기 간다는 게 참 보기 좋았다. 서울에 온 이유는 딸인 민지가 비스트라는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위해서라고 한다. 덮어놓고 이해하지 못하거나 구박하기 일쑤인 요즘 엄마아빠와 달리 이렇게 적극적으로 딸을 후원?해준다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항상 여유롭게 사는 가족인것같다. 군대있을때 만난 인연이 여기 까지 온다니 그야말로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이렇게 터놓고 나이도 한참이나 어린 나를 좋아해주고, 배울점이 많다며 이뻐해주는 사람을 만날수 있다니 말이다. 기회가 되면 가족끼리 호주에 여행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홍대에서 헤어지고 놀이터를 잠시 배회했다. 그 좁은 놀이터에 3가지 공연이 한곳에 펼쳐지고 있었다. 음향장비도 만만치 않게 큰데 어떻게 절묘하게 배치를 해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 곳은 펑크밴드, 바로 등지고는 한 dj가 음악을 틀고 있었고, 좀 떨어져서는 힙합공연이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힙합공연 바로 옆구석에 십대아해들로 보이는 무리가 프리스타일 랩배틀을 하는 거였다. 참 신선했다. 우리나라도 이런게 있구나. 멀리서 보면 모여서 다들 고개숙이고 동영상을 같이 보고있는듯한 모습인데 가까이가보면 고개를 쳐박고 mr 반주에 맞춰 본인이 준비한 랩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완전 재밌었다. 오래있지는 못했지만 다음에 아내랑 다민이랑 나와서 구경오고 싶었다. 돌아오는 길에 신촌까지 걸었다. 오랜만에 듣고 싶은 인디앨범을 사기위해서 좀 걸었다. 일부러 기찻길로 가지 않고 인적이 드문 동교동길로 걸었다. DIY 가구가게와 살롱 바다비 앞을 지나치면서 쇼윈도 구경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도 하면서 걸었다. 향 뮤직에 가니 사고 싶었던 '얄개들'과 '나비맛'이라는 밴드가 있었다. cd를 사는 이유는 음악이 더 소중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내 수고와 비용을 들인 음반이니만큼 한 노래도 허투로 듣지 않게 된다.
지금까지 읽은 미술책 중에 도판이 가장 적은 미술책이지만,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으로 당분간 기억할 것 같습니다. 도판은 제게 떡볶기를 먹다가 심심할때면 뒤적여 찾는 오뎅이나 브라우니 속에 초콜렛 덩어리처럼 미술책을 읽어내려가는데 감칠맛과 이해도를 높여주는 아주아주 중요한 요소인데요. 이 책은 그림사진이 수십페이지의 챕터당 2-3개 밖에 없으니 왠만했으면 한두페이지 읽고 구석에 던져질 조건을 아주 잘 갖추고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순식간에 진짜 재미있게 읽힌 이유는 간단명료하게도 그림이 없어도 재미있다는 거지요. 어쩌면 이 책은 도판이 필요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목처럼 '걸작의 뒷모습'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니깐요. 사람들이 보지못하는 걸작의 뒷모습. 걸작의 뒷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유명한 화가의 그림액자 뒷편을 상상해 봅시다. 모르긴 몰라도 판화나 사진이라면 에디션 넘버, 갤러리의 보증도장, 혹은 미술품 소장자의 경로를 식별할수 있는 사인이 암호와도 같이 어지럽게 휘갈겨져 있겠지요. 액자에 직접 없다면 보증서라도 붙여져 있다고 칩시다. 작가가 앞면에서 작품에 대해 얘기한다면, 이 책은 그 뒷면에 펜을 가져다 대는 많은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미술작품이 아니라 '미술산업'에 대해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라 그런지 흔히 미술관련 책에서 보이는 전문용어나 미사여구는 없습니다. 단도직입으로 적나라하게 크리스티나 소더비 같은 옥션하우스와 ART NEWS나 ART REVIEW에서 선정하는 POWER 100에 나오는 인물을 묘사합니다. 관심이 있었던 터너상에 대해서도 후보자 선정, 심사과정에서 발표하는 순간까지 과정을 그대로 스캔해주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미술작업을 대하는 관점을 확장해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한 책인 것 같습니다. 작품의 외양이 주는 단순한 시각적인 즐거움 외에도, 뒷편에는 이 한 작품으로 먹고 살기위해 'X빠지게' 뛰어다니는 사람들도 있음을(비평가, 딜러, 큐레이터, 컬렉터 등등) 생각할수 있으니깐요. 아트페어에 갔을때 할일없이 책상에 무표정하게 앉아있는 사람이 왜 거기에 있는지 등등 이런 소소한 재미를 즐길거리를 많이 발견했습니다. 'A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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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매카시를 한국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전시가 열리는 국제갤러리가 폴 매카시의 작업을 신관 개관전으로 선택한 것도 좀 신선했습니다. 70세를 바라보는 작가의 나이 탓이라 예전 혈기가 누그러져 그런건지, 아니면 우리나라 애호가의 기호를 고려해서일지는 몰라도 "귀엽다고" 표현해도 될 만한, 누군가의 마당에 하나 들여놓고 싶음직한 작업이더군요. 만약에 케찹이 난잡하게 흩뜨려진 그런 쎈 작업이 신관을 가득 채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전시장을 돌았습니다. 별로 걸리지 않더군요. 생각보다 신관의 크기가 아담했고, 9점에 조각들도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하마터면 조각 밑부분에 삐져나온 일부분을 발로 찰뻔하기도 했습니다. 차서 망가지면 손해배상을 과연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도 잠간 들었지요.
매카시의 여느 작업이 주는 강렬한 이미지는 중화되었을지 몰라도 이면에는 숨겨진 그 힘의 근원은 여전했습니다. 어떤 현상이던 생각이던 이를 뒤틀고 왜곡하고 변형하려는 매카시의 의지는 변함이 없이 작업에 묻어나왔습니다. 동화 속에서 갈길 잃은 백설공주를 받아들여주고, 그녀의 죽음을 애도해주던 순수한 시골 할아버지 같은 일곱 난장이가 폴 매카시에게는 그렇게 안보였나 봅니다. 익살스런 눈은 탐욕과 색욕이 가득한 눈으로, 그 주위는 발기된 성기가 어지럽게 늘어뜨려져 있습니다. 흡사 옷을 갈아입는 백설공주를 몰레 보면서 저희들끼리 음담패설을 주고받는 그 모습을 상상하면서 조각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잔인하게 서로를 난도질하는 장면이 나올법한 동화속 내용을 상상하면서 서로를 훼손하는 장면을 그렸을수도 있습니다. 전시를 보고나서 백설공주를 다시 한번 찾아 보았습니다. 이전에 지나쳤던 모습이 발견되더군요. 줄거리 속에 소품은 이게 어린아이를 위한 동화인지 아니면 막장 폭력 치정 살인극인지 모를 정도로 과격한 내용이었습니다. 시기, 질투, 살인과 복수는 이야기의 핵심이었습니다. (가장 황당한게 나쁜 왕비에 대한 처벌로 빨갛게 달구어진 쇠구두가 신겨졌다는 거죠. 상상조차 하기 싫은 장면이죠). 디즈니의 귀여운 삽화를 백설공주의 이미지로 삼아온 내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지요. 어떻게 보면 폴 매카시의 힘은 이미지의 '변형'에서 나온다기 보다는 우리가 보지못한 이면을 송곳으로 꿰뚫어 '폭로'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 지은 국제갤러리의 신관(k3) 역시 볼거리로 충분합니다. 뉴욕의 SO-IL이 설계한 갤러리는 건물전체를 덮는 철망 구경이 쏠쏠하지요. 갤러리가 주는 도도함과 특유의 폐쇄감과 신비함이 잘 느껴졌습니다. 건물이 눈에 보이는 건 일층밖에 없다는거고, 안에 들어가면 말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텅텅 빈 큐브입니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것 같긴한데 들어가려면 좀 눈치보이는 그런 구조. 뭐 아무래도 좋습니다. 이쁘니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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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를 산책하는 도중이었다. 1층집에 사는 고양이가 나를 보더니 살그머니 나왔다. 집안에 주인이 창문너머로 나를 보고있었고, 나는 주인한테 조용히 카메라를 손으로 가리키며 찍어도되냐는 시늉을 했다. 주인은 싱긋웃으며 내가 고양이를 찍을때까지 고양이 뒤에서 지켜봤다. 영리한 고양이 같았다. 내가 자기를 찍는줄 알자 집안에서 나를 보다가 친히 나와서 포즈를 취해주기까지 했다. '즐거운 기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욕에 가긴갔는데 미술관 이나 갤러리를 돌아다니고 싶긴하고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방도는 없는 그런 분들에게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11년도에 출판되었다는 사실이 조금 의아할 정도로 요즘 미술책 같지 않게 디자인과 도판 등은 좀 성의가 없어 보이지만, 뉴욕 내 지구별 주요 갤러리와 페스티벌 등이 나와 있어서 정말 뉴욕 갤러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첫 시작으로 좋은 책이 될것 같습니다. 저 같은 사람에게요 ㅎㅎ
책도 책이지만 비온후에 진짜 봄날씨를 만끽한 주일 오후와 꿀같은 낮잠때문에 더욱더 기억이 남을 것같은 책입니다. 'A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중에 쉽게 읽힐만한 책이 없나 찾아보던 중에 메모장 구석에 적혀있던 이 책의 제목을 발견했다. 찾아보니 2권까지 나와있더라. 물론 2권은 원저를 출판한 이후에 일화를 모아놓은 출판사 편집부의 자료집이다. 처음에는 그저 삼성 이건희 회장 최측근에서 근무한 사람이 밝히는 삼성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읽다보니 한국의 한 단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읽어봐야할 필요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 하나만의 문제로 읽혀지기 보다는 한국의 권력층에 대한 단면을 볼수있던 좋은 계기었던 것이다. 최근에 본 인사이드잡(Insider Job)과 연결시켜 보면, 구지 이 책을 한국사회에 국한시키기 보다는 어떤 이익집단이 자신의 이권을 향유하기 위해서 벌이는 방법과 그 이익이 상충하는 집단간의 결집의 모양새는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것같다. 어디까지 적나라하게 그리고 실감나게 묘사하느냐에 따라 다를뿐이지.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정말 흥미진진하다. 바로 옆에서 지켜본사람이 허심탄회히 서술하는 야사만큼 재미있는 것이 어디있겠는가? 저자인 김용철 변호사는 이 책이 "역사가 아닌 야사"로 남을 것이라며 씁쓸히 밝힌바 있지만, 역사란 것도 결국 작은 목소리들이 하나둘 모여 큰 물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었던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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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의 숨어있는 책에서 발견한 득템. 번역 도서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느껴진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라크 8-90년대 현대사와 국제관계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라크-쿠웨이트 관계에 대한 배경을 분명히 접할 수 있던 것이 큰 수확이라 할수 있겠다. 사담후세인은 걸프전을 왜 일으켰는지, 그리고 이란, 사우디 등 주변 국가와 벌이고 있는 크고작은 신경전에 대한 배경, 그리고 최근 발생한 부비얀 항만 프로젝트에 대해 이라크 무장단체가 왜 쿠웨이트를 협박했는지, 그리고 이라크는 왜 부비얀 섬 인접에 항만 프로젝트를 추진하려하는지 대략적인 배경을 유추할 수 있었다. 확실히 재미를 가지려면 배경을 알아야 하는구나. 책을 통해 앞으로 중동관련 서적을 조금더 많이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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