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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음악

[책] 부키, 라이프트렌드 2019 "젠더뉴트럴"

출판계가 어렵다고들 한다. 하지만 좋은 책을 출간하는 출판사를 보면 꾸역꾸역 이 파고를 넘을 수 있을 것같다.  출판사 부키(홈페이지)가 그 중 하나다. 

경제경영 및 사회 트렌드에 관한한 부키의 포트폴리오를 따라잡을 만한 곳이 있을까 싶다. 처음 부키의 책을 접한 계기는 경제학자 장하준의 저서들이었다. 출판사는 당연히 신경쓰지 않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 이책 괜찮네'하면 부키의 로고가 많이 보였다. 올해만해도 감탄하면서 읽은 책의 상당수가 부키의 도서였다. 

메이커스 테이커스
검사내전
플랫폼 레볼루션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

재미로 읽어내려간 검사내전을 제외한 3권은 모두 각 분야에서 두고두고 바이블로 삼아도 될만한, 굻직한 책이다(검사내전 역시 2-3회독은 거뜬히 할만한 재미와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라이프트렌드 2019 '젠더뉴트럴'이었는데, 저자인 김용섭은 2013년부터 부키에서 최근 트렌드를 집대성하는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일년에 한권씩 이러한 방대한 작업을 해나가는 저자의 허슬에 리스펙을 보낸다. 확실히 이 책은 회사 마케터나 전략부서라면 눈독들일만한 아이템을 상당부분 건드린다. 

젠더 뉴트럴, 살롱, z세대, 웰다잉, 싱글오리진, 플라스틱 어택, 스탠딩, 로케이션 인디펜던트 등과 같은 전문 마케터라면 한두번씩 보고서에 담아봤을만한 단어에 대한 두터운 사례들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저자가 언급한 각각의 레퍼런스가 모두 마케터들에게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올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의미없이 보고 지나간 현상 속에 어떤 거대한 흐름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살짝 흥분이 되기도 했다. 

z세대를 제외하고 저자가 뽑은 트렌드는 모두 삶의 방식과 자세에 대한 것이다. 라이프스타일로 이름할 수 있는 이러한 태도는 나의 삶을 조금더 재미있게 만들 것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웰다잉을 통해 어떻게 죽는지에 대해 아내와 얘기를 나눠보기도 했고, 플라스틱 어택을 보면서 수백개씩 묶음 구매하는 일회용 빨대를 장바구니에서 지웠다. 

질문하나 올리면 5분 내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댓글이 주루룩 달리는 동호회 카페의 위대함과 이들의 쫀쫀한 유대감은 뭐지 하면서 흥미로워했던 살롱문화가 그 현상을 말로 잘 풀어주었다. 

지적, 감성적으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물론 이 책이 현재 모든 라이프트렌드를 반영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미 대세가 되어버린 현상의 끝자락을 재포장, 재가공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현상을 쉽고, 읽을만하게 정리요약하는 작업은 웬만한 훈련과 통찰, 그리고 표현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쉬워보이지만 결코 쉽지않은 작업이다.

막상 보면 다 아는 얘기라도 파고 들어가면 결코 내가 할수없는 그런 지
적 산물이라는 점에서 이 시리즈는 우리 사회를 파악하기 위해 가치가 매우 크다. 심심풀이로 읽기도 참 좋다. 

아, 마지막 하나 아쉬웠던점... 사진. 어디서 최대한 비슷한 맥락의 자료사진을 떼다 붙여놓긴 했다만, 뭐랄까 급조한 느낌도 들고 책의 내용과 웬지 맞지않은 옷같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