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rt

[사진가] 이윤진

사진이 재미있는 이유는 피사체에 대한 사진가의 느낌과 생각에 비교적 쉽게 공감할 수 있어서이고 그것이 사진을 보면서 사진가와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성격의 사람일것같다'하는 나만의 느낌이 드는게 재미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설명없이는 작가가 누구인지는 차지하고 작품을 왜 만들었는지도 헤아리기 어렵다.

 점점 사진가는 비주얼에 본인을 던지기 보다는 본인은 작품뒤에 숨은체 관중들에게 작품의 의미만을 찾기를 바라는 것 같다.  사진이 가진 의도에 대한 작가의 간단한 설명만 곁들여진다면 그 속의 의미를 도움을 받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으나,  미적인 아름다움에서 오는 감동은 그다지 크지 않은것같아 아쉽다.  물론 다양한 방식의 여러 사진연출 기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또 즐기나, 설정을 통하여 무엇인가 전하려는 혹은 설득하려는 사진가의 주장은 그를 내게 보이고 싶어서 내게 말을 거는 대화라기 보다는 단방향성 웅변을 듣거나 숨바꼭질을 하는 듯한 느낌, 그래서 내가 느낄 수 있는 몫을 빼앗기는 느낌을 준다.

이윤진의 사진을 GQ에서 처음 만났었다.  트렌드 잡지중에서도 미술섹션에 꾸준히 지면을 할애하는 GQ에서 작년에 한국의 포토그래프에 대해 다룬적이있었다.  배병우, 구본창, 김아타등 대가 반열에 오른 작가들의 인터뷰 속에 이윤진의 사진이 꼽싸리 껴있는듯이 몇장 실려있었다. 물론 이윤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 방금 차를 마신듯이 어지럽혀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촛점없이 담은 그의 사진을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겨 본것 같다.  결국 한참을 지나 막 찍은 듯한 그 이미지가 계속 어른거려서 다시 GQ를 펴보게 되고, 이윤진의 사진이 새롭게 보였다.

이윤진의 사진을 보면 난 이윤진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다.  단순히 프로필에서 오는 정보가 아닌 대화를 통해 상대를 알아가는 느낌혹은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그가 써놓은 일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일기는 친구가 내심 읽혀지기를 바라면서 일부러 책상속에 집어넣지않은 듯한.. 내가 그를 더 깊이 알수 있게 은근슬쩍 열어놓은 친구의 바램이랄까.  그의 사진에서 풍겨지는 살짝 열려있는 그 친구의 속셈이 느껴져서 좋았다.  하지만 친구의 바램은 내가 다가서지 않으면 결코 이뤄질 수 없다. 

모르는척 일기를 않읽거나, 슬며시 열린 그 문의 손잡이는 잡지 않는다면 친구와 더 깊은 관계는 맺을 수 없다.  관계의 열쇠는 내가 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조차 친구가 의도한 것이라면, 친구는 자신을 드러내어 내게 그를 알리지 않고 내가 한발짝 다가설 수 있도록 공간을 주어서 관계가 맺어진 것이라면 그 관계는 더 깊어질 것이다.

자신을 서슴없이 드러내어 존재감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친구와 같은 낸골딘에 반해 이윤진은 보는사람으로 하여금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Still Life' 시리즈에서 볼수 의 사진속 배경이 이윤진이 살고 있는 집이라면 더 좋겠다.  그렇게 되었을때 나는 낸 골딘과 같이 들이대는 친구도, 얌전하지만 여우같은 이윤진같은 친구도 생길 수 있으니 말이다. 

이윤진의 사진은 보기에도 잘생겼다.  많지는 않지만 그녀의 작품 평을 읽어보면 '정물화 주재로 쓰일법한 소품에 건축적인 미를 담아냈다'는데 사진의 가치를 매긴다.  이윤진도 요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점,선,면 그리고 색의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요즘 사진 트렌드에 충실한 모습이다.  잘생긴 사진을 만든다고도 할수 있겠다.  하지만 시류를 타고는 있지만 결코 아류는 아니다.  먼저 아무렇게나 계산없이 찍은듯한 구심점이 없는 사진 구도속에서 또 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은 Still Life의 특징이다.  

테이블 밑, 문 뒷쪽 모서리, 쓰레기통과 의자 사이의 공간,  싱크대와 테이블 사이의 공간.. 지금 이 공간은 이윤진의 사진의 정 중앙에 위치한 이미지들이다.  '구도, 구도~'하는 우리네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우습게 보기 딱좋은 공간을 이윤진은 놓치지 않는다.  그 그림 안나오는 공간을 강렬하지는 않지만 부드럽고 호소력있는 색감으로 표현해냈다.  사진 모양새로만 보면 상당히 공격적이고 도발적이지만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바로 그녀가 표현하는 색감과 주재로 삼은 피사체들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