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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시, 작가] 권부문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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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더욱더 활동이 많은 한국작가중 한명인 권부문님의 전시가 아르코 미술관에서 열렸습니다.  권부문의 사진이 좋은 이유는 먼저 요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상에서 볼수있는 공간에서 낯선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사진 경향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보는 순간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지고 안으로 깊숙히 빨려들어가는 느낌도 주지요.

KBS 프로그램인 tv책을 말한다에서 진중권선생님이 동시대 미술작품과 기존 미술과 차이점을 동시대미술작품은 보는사람의 이성을 자극하고, 기존 미술작품은 보는이의 감성을 자극한다는 말을 했는데 권부문님의사진은 보는사람으로 하여금 어디서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찍었을까라고 상상력을 마구 자극하는 한편 이미지가 한없이 보기좋으니 근래 우리나라 사진작가중 보기 드물게 동시대의 지적 호기심과 함께 마음에 감동을 주는 몇안되는 작가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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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사람과 만나는 일은단순히 미술작품을 보는것 과는 다른 즐거움을 주고, 나아가 작업을 더욱더 잘 공감학수있게 하는 것 같아서 작가와 만남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갔지요.  넓은 아르코 미술관의 전시공간 한가운데서 자신의 사진앞에 앉은 작가와 한 20명 쯤 될까?  살짝 전공자의 삘이 느껴지는 사진가방을 둘러맨 내나이 또래 의 친구들이 대부분이었고, 중년의 아저씨아줌마들도 보이더군요.

큐레이터의 간략한 소개와 함 께 시작한 작가와의 만남에서 권부문님은 자신이 기록한이미지는 결코 누군가에 의해 그 의도가 해석되는 것이기보다는 보여지는대로, 느껴지는대로 다가가는 종류의 것이길 원하더군요.  하지만 그 의도와 의미를 해석하는 평론이나 감상등은 하는 사람의 몫이고, 또다른 영역이므로 그들이 자신의 작품에 대해 평하고 말하는 것에는 자신이 어떻게 할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또 자신의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존중하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판벌려주고 사람들이 그 판에서 마구 노는걸 뒤에서 뒷짐지고 보며 므흣한 웃음을 짓는 사람처럼 말이지요.  작가와 작품, 그리고 평론이 전혀 다른 영역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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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권부문님은 우리나라의 평론이 충분히 활성화 되지 않다고 생각하시더군요.  전시를 시작한 다음날 전시장을 닫느냐 마느냐할 정도로 살벌한 평론 대신 "너 전시 했니? " 식의 평론은 결코 옥석을 가려보고 싶고 어딘가 길잡이를 원하는 우리네 관객에게 별로 도움은 되지 않는 것 처럼요.  개인적으로 어렵고 장황하기만한 전시,작품평은  관객이 이해하기도 힘들뿐아니라 진정한 미술가의 가치를 발견하는데 오히려 장애가 되는것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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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고도를 오르다보면 구름위에 올라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을 찍은 ON THE CLOUDS를 설명하면서 권부문님은 그의 사진 작업의 중심은 누구나 보는거, 누구나 할수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사물을 카메라로 찍었을때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다는 사실이 재미있고, 만약 사물의 고유한 기능 외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기를 즐긴다고 하네요.  만약 부시맨이 콜라병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뻔히 알았다면 그 영화가 인기가 있었을가요? 콜라병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이리저리 굴려보고 높은곳에서 던져보는 노력이 우리를 재미있게 하는 것처럼 다양한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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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진전공자로 보이는 사람이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하냐는 질문도 했는데, 미술가도 슬럼프가 있나하느 생각이 문득 들면서 어떤 대답이 나올지 궁금했습니다.  길게 대답해야 할것 같다고 서두를 뗀 권선생님의 답변은 정말 길기도 했거니와 그 대답을 듣고 더욱더 그의 작업에 더 공감이 가게 되었습니다.  또 살아가면서 참 힘이 되는 지혜라는 생각도 했고요.   짧게 말하면, 그는 슬럼프에 걸린적이 없답니다.  이유는 그럴 시간이 없다더라구요.   사진을 시작하게 된 처음부터 그는 부모님의 반대라는 커다란 도전이 있었고, 그 어려움을 이기고난 다음에는 우리나라 사진작가들이라는 더 큰 적? 이 기다리고 있더랍니다.  어떤 일인지는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는우리나라 사진작가들, 소위 코리안 프로페셔널 포토그래퍼의 집단에 속하지 않음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었나봅니다.  그가 거기에 속하지 않은 이유는 거기에 들어가려면 그들과 똑같아 져야하기 때문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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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그런지 80년대 그의 작업은 황량한 공사판에 나무한그루를 찍는등 당대에 많이 다뤄졌던 다큐멘터리 사진 혹은 스트레이트와는 많이 다릅니다.  지금이야 워낙에 다양한 소재가 사용되는 시점이니 이상해보일 것 없겠지만 80년대 초반에는 상당히 다르게 보이지 않았으리라 생각되네요.  아무튼 사진스타일에서 혹은 행동으로서 대다수와 다름을 택함으로서 그는 쉴새없이 싸워야 했고, 그것이 그를 계속 달리도록 했다고 하더군요.  또한 떨어질일이 없으면 슬럼프도 업고, 떨어지지 않으려면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을 내버리라고 하더군요.   자신의 대표작, 혹은 스타일이 정해지는 순간 미술가는 작업하는데 안주하게 되고 그것이 슬럼프의 근원이라는 겁니다.  그럴때는 모든것을 비워내야만 또 다른 창조의 원동력이 된다는 겁니다.  마치 꽉찬 하드드라이브처럼 더이상 창조할 공간이 없는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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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의 작업은 항상 새롭습니다.  세계 각지의 별자리를 까만 프레임에 넣어 수십장을 붙여놓은 이 작품이 사진 작업은 한장한장의 감동도 있겠지만 벽 한면을 가득채울정도로 사진을 붙여놓으니 정말 밤에 누워서 별자리를 보고있는듯한 환상적인 느낌이 들더군요.  그 작품을 다찍으려면 돌아다니기 바빠서 당췌 슬럼프는 안들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머리속에는 온갖 작품구상으로 가득한채 몸은 여유롭게 누워 밤하늘의 별을 찍는겁니다.  어두운하늘에 별을 저렇게 밝게 찍으려면 몇시간은 족히 찍어야할테고 카메라도 옆에서 누가 안가져가게 지키려면 술도 한잔 마시면서 기다려야겠죠.  권부문님도 이 사진작업은 프로젝트로 진행된것이라기 보다는 밤시간을 즐기기 위해 찍은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작품은 원래 액자대신 LCD 모니터로 전시할 계획이었는데 단가가 워낙에 비싸 프레임을 선택했다네요.  결국은 양질의 사진작업을 위해 프레임값이 LCD보다 더 비쌌다는 사족도 붙였습니다. 

작가의 설명도 재미있었지만 슬럼프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으면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듯해서 매우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웬지 옆집 아저씨같은 외모에 경상도 억양으로 한시간 반 남짓한 시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후딱 지난것 같네요.  지금까지 본 작가중에 가장 말씀을 잘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다음 작품이 기대가됩니다.  또 어떤 일상의 공간속에 환상적인, 색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낼까 말이죠.


※ 참고로 이번 KIAF 에서 권부문님의 작품은 on the cloud 1500만원(맨위작품), 700만원(까만 바탕에 파란 구름, 1st edition) 그리고 2100만원(낙산/ 두번째 사진,2nd edition)

사진출처는 아르코 미술관 과 neol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