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rt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선정 '07년 올해의 작가' - 정연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의 작가로 선정한 정연두님을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만날수 있었다. 알쏭달쏭하고 어딘가 닫혀있으면서 웬지 밝지많은 않은 요사이 현대미술과는 달리 장난기 넘치지만긍정적인 에너지가 돋보이는 그의 작업과도 같은 외모였다.  

세상에 재미없는 것중 하나가 작가와의 만남 시간에서 작가가 손수 전시팜플렛에 나온 설명을 그대로 읽는 시간이므로, 처음 15분정도가 가진 정연두님의 작품설명은 뛰어넘고 바로 관객과의 질문을 적어본다.  다양한 질문과 그에 따르는 작가의 답변이 훨씬 재미있고 작가와 공감대를 형성할수 있었던 것 같다.  

역시나 듣고싶은 것만 듣고 적고싶은것만 적어서 혹여 작가의 의도를 잘못전달한것이 아닌가 걱정도 되긴하다.  작가와의 만남도, 전시의 컨셉도 모두 좋았으나 한가지 아쉬운건 '2007 올해의 작가'로 선정한 이유를 우리가 공감하기에 전시공간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사진도 올리고자 했으나 용량관계상 일단 정연두의 홈페이지국립현대미술관 사이트를 참고바람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포트레이트 작업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네덜란드에서 환등기사로 일하는 친구에게 꿈이 무엇이냐 물었더니 글래머 여배우와 함께 F-15K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라 얘기했었다.  영화 탑건의 컨셉을 가지고 네덜란드 공군 비행단과 글래머 여배우(우리나라로 치면 이효리급)의 매니저에게도 직접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공군은 그 여배우가 온다는 사실에 선뜻 협조를 해주었고, 여배우 매니저도 협조해주기로 했다.  2주만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그 친구에게 다시가서 니꿈대로 사진찍자고 하니깐 그 친구가 하는말이, 'You What?' 이란다.  동양에서 난데없이 웬 사람이 꿈얘기를 물어보니깐 설마설마 하면서 머리에 떠오른데로 막 말한거란다.  사실 진짜꿈이 있긴한데, 극장 매표소에서 일하는 아가씨를 좋아한다는것.  

어짜피 사진작업은 해야되겠고, 그 여배우 대신 극장 매표소女를 찍게 하기 위해 택한 방법은, 일단 여배우 매니저에게는 꿈이 바뀌었다라고 일정취소를 일단하고 비행단에는 이사실을 숨긴채 촬영 당일 모든 세팅을 마치고 전화로 여배우측에서 일정을 일방 취소한것처럼 공군 관계자들 앞에서 연기했다.  

그럼 매표소女는 어떻게 데려왔냐면, 이러이러한 사진을 찍으려하는데 어시스턴트좀 해달라해서 촬영지에 데리고 가서 여배우가 취소되었기 때문에 대역으로 찍자, 그렇게 해서 이 사진이 나왔단다.  

<눈에 보이는 것 이외에 관객이 느꼈으면 하는 것이 있는가?>
처음 작가가 되었을때 관객에게 보여지는 것이 두려웠다. 시간이 지나자 작가가 관객에게 보여지는 방법이 공식처럼 여겨지더라.  또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내 의도와는 달리 내 작업이 다양한 모습으로 해석이 되었다. 처음에는 내 의도한 바를 어떻게 정확히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어느순간 다양한 해석에 자유해지게 되었다. 그 순간 작업하기가 편해졌다. 

<이스탄불 비엔날레에서의 에피소드>
이스탄불 비엔날레에 참가하는데 한 은행에서 작품을 보고 스폰서를 해주겠다고 했다. 그 스폰의 방법이 무엇이냐하면 출연자의 꿈을 실제로 이루어질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출연자중에 길에서 홍차장사를 하는 소년이 있었는데 이의 꿈은 수학선생이 되는 것이었다.  

은행과 계약을 맺어서 실제 대학시험에 합격할경우 대학학비 지원을 받을수 있도록 약속을 하고 사진을 찍었다.  '06년 전시에서 이스탄불대 미대 학생들이 단체관람을 왔었는데 사진속의 학생을 보고 '쟤 우리학교 다닌다'라고 해서 반가웠음.

<내사랑 지니의 동기>
00년에 주유소에서 롤러타고 앞유리 닦아주는 아이들을 보면서 단순히 쟨 꿈이 뭘까 하고 궁금했던게 작업의 시초다. 
방명록을 보면 어떤사람은 '실현되지 못할 꿈을 사진으로 실현시켜주었군요. 감동입니다.'란 사람도 있고, '실현되지 못할꿈이라는 사실을 이런 방법을 통해 나타낸다'등 비판적으로 느끼는 사람도 있다. 다양한 반응은 내 작품이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다양하게 읽힌다는 뜻이므로 환영한다. 

<스폰서는 어떻게>
첫 시리즈는 일민미술관에서 해주었다.  40명을 목표로 시작한 프로젝트에서 이제는 전세계 20명까지 진행되었다.  스폰서 제의 및 전시에 초대되었을때 등 제작기회가 주어졌을때 작업을 한다.

<작품에 대한 일관적인 태도>
'게으르다' 웬만하면 카메라를 안들고 다닌다.  컨셉이 잡히고, 왜 사진을 찍는지 확신이 섰을때만 사진을 찍는다.  셔터를 누르는것은 가장 마지막 단계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Wonderland>
유치원에서 무보수로 그림을 가르쳐준적이 있다. 4군데에서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 약 1,200여점을 모았다.  가장 비현실적인 아이디어가 담긴 그림이 아이들의 그림이라. 거기에는 구도도, 동력도, 색체도 모두 무시된다.  그런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가장 사실적인 매체인 사진과 결합시키면 재밌을거란 생각을 했다.   아이들의 아이디어와 패션디자이너들의 테크닉이 만나면 얼마나 아방가르드할 것인가.

<다른작품과 달리 로케이션은 해독불가능, 무슨 말을하는건지 모르겠다>
사진이 어렵다면 얼마나 어려울까. 관객분들은 내 작업을 공부를 해가면서 보는 경우가 있다. 그냥 보이는 대로 느껴달라. 그럼 원더랜드나 다른 작품은 쉬운가? 그들은 결코 친절한 작품들이 아니다. 

<꿈과 현실이 공존하는 기존작과는 달리 로케이션은 꿈이 사라진 현실인 것 같다.>
현실이 담겨있지 않은 꿈. 꿈이 없는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로케이션에는 꿈과 현실이 공존한다. 

<보라매 댄스홀>
한 아주머니는 처녀시절 웨딩드레스를 소매만 잘라서 댄스복으로 사용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사교댄스는 서구사회에서 최고급 문화중 하나이다.  그런 사교댄스가 한국에서는 군부독재의 상징인 보라매공원에서 서민들에 의해 즐겨진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의 꿈을 물어보고 다니는데 정작 본인의 꿈은?>
그질문 나올줄 알았다.  작업을 하면서 느낀건데 꿈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루어질수 없다는 걸 알면서 꾸는꿈, 단기간에 이루고자하는 목표 등등.  이렇듯 꿈이 워낙에 다양다 말할수도 말하기도 싫다.

<보라매 댄스홀을 벽지로?>
보라매 댄스홀은 사진으로 액자해서 벽에 걸기가 너무 싫었다.  그래서 벽지에 붙이기로 하고 갤러리에 전시 기획서를 냈는데 벽망가진다고 다들 전시 거절하더라.  다행히 이사를 앞두고 시설물 신경쓸일없는 한 대안공간에서 하게 되었다.  전시에 사용된 벽지는 LG에서 협찬받은것이다.

<회화와 사진과의 관계?>
별로 관심없다. 사진,회화,조각등 한 분야만 전공하다보면 테크닉에 노예가 되는 경우가 생긴다. Originality와 Quality를 창조하는 안목이 중요하다. 누가 명작앞에서 '화려한 브러쉬터치~'라면서 감탄하나? 명작은 딱보면 안다. 

<그  외>
나는 'Artist'다.  사진을 하지만 전공자처럼 공부하지 않았고, 영화를 작업하지만 영화에 대해 잘모른다.  다만 컨셉과 아이디어가 생기면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할만한 매체를 배우면서 할 뿐이다.  이건 상당히 아마추어적인 태도지만 오히려 그런 면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현대미술에서 가장 큰 사건은 인터넷이다.  내 작업실은 사당동이고 거기는 서울의 변두리이다. 그리고 서울은 세계미술계의 변두리이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서 90년대처럼 작품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면서 문전박대 당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컨택에서 전시 준비까지 이메일로 모두 해결한다.

유학갔다와서 한 다짐중 하나가 '미국,영국은 이랬는데 한국은 이렇더라'라고 비교하지 말자이다. 각자 익숙해진 삶이 있기에 존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뉴욕이 좋다좋다 하지만 사실 한국만큼 예술하기 좋은데 없다. 프린트비용도 뉴욕은 10배이상 비싸고 전시를 위한 프로세스는 까다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