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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음악

[도서] 현시원 큐레이터의 도면함, 매거진 B '브롬톤'


중고서점도 기웃거리고, 출판사에 재판 문의도 두어차례하면서 사방팔방을 찾았던 매거진 B의 '브롬톤'호가 재발매되어 드디어 구매를 했다. 사실 별다른 내용은 없다. 다 아는 얘기고, 익숙한 이미지이다. 그러나 브롬톤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구지 읽지 않아도 소장할 만한 그런 물건으로서 가치가 있다. 

현시원 큐레이터의 "1:1 다이어그램 - 큐레이터의 도면함"은 완전 최신간이다.  다루는 작가들이 에르메스나 올해의 작가상, 비엔날레 한국관과 같이 결산형 행사에 이름을 올릴법한 아티스트들이 대다수이다. 누구보다 확실하게 입지를 다져놓은 작가들의 최근 전시에 대한 글이니만큼 매우 흥미있었다. 또 좋았던 점은 큐레이터이지만 무겁게 접근하지 않고 전시를 관람하는 입장에서 써서 조금더 친근감이 들었다. 

물론 아무리 가볍게 쓰려고 했다한들 본성이 방대한 사전지식과 정보를 근거로 살아가는큐레이터의 본성이 배어나와서 그런지 내 수준에서 따라가기는 뻑뻑한건 사실이었다. 그저 전시를 어떻게 보고 무엇을 느끼며, 그것을 어떻게 말로 풀어내는지 배우기 위해 읽어내려갔다.  

이 책을 보면서 성경, 판결문과 미술비평이 흡사한점을 발견했다. 맥락을 잡지 못하고는 연결이 안된다는 점이었다. 판결문도 정신바짝 차리고 읽지 않으면 사실관계와 판결까지 가려는 논리흐름을 놓친다. 성경 역시 맥락을 알지 못하고는 구절들이 하나의 문장으로 끝나버린다. 리셋을 매번 문장마다 하게된다. 

비평문 역시 마찬가지로 작가의 그간 작업과 저자의 스타일이 어느정도 머리속에 탑재되어야 비로소 글에 공감을 하게 된다것을 발견했다. 정주행하지는 못하고 친숙한 작가 위주로 글을 읽었던 이유였다. 

나로서는 올스타급 작가들을 한 권에, 축사격의 전시서문같은 글이 아니라 진정성과 관심이 배어있는 글을 만나게 되어 매우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