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윤원화 신간 "그림 창문 거울"

내가 제일 좋아하는 미술비평가 중에 한명인 윤원화의 신간이 나왔다. 

작년 10월말에 나온 책이라 몇개월 지났지만, 우연찮은 기회에 신간 소식을 보게 되었다.

윤원화 비평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글이 리서치에 근간하여 빡빡하면서도 사람냄새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그의 저서를 처음 접한 것은 "1002번째 밤: 2010년대 서울 의 미술들"이었는데, 요즘 미술에서 지역적인 특색은 이제 의미없지 않나하는 당시 선입견을 깨부순 책이었다.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미술이 요즘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윤 비평가가 보여주는 집중력과 리서치의 힘이 매우 강렬히 느껴졌었다. 

그것은 단순히 호기심을 넘어서는 관심과 직업적인 정성으로 읽혔다.  

그렇기 때문에 좀 건조해 보이는 문체 너머에서 아주 약간의 따뜻함을 감지할 수 있었다.

대놓고 따뜻해보이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이번 책은 내가 관심있는 사진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론 "순수예술로서 사진"이 아니라 "순수예술에서 사진"에 가까워 보인다. 

새로운 주제다. 아이디어가 흥미를 끈다. 

p.s. 출판사는 요즘 사진출판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보스토크(Vostok)가 펴냈다. 

윤원화 비평가의 책을 보스토크가 펴냈다는 사실은 이들이 단순한 사진매체가 아니라 이미지 예술까지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는 뜻으로 보인다(출판사 링크). 


[전시] MMCA 현대차 시리즈 2018: 최정화–꽃,숲

회사에서 구정 전날이라고 기적같이 일찍 끝내줬다. 끝내줬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무작정 갤러리가 있는 삼청동으로 걸어갔다. 갤러리 구경만을 위해 삼청동에 걸어간게 몇년만인가 싶었다. 오늘 코스는 국립현대-아트선재-현대디자인뮤지엄으로 잡았다. 

이런저런 재밌는 구경을 알차게 한 투어였는데 그 별미는 최정화의 전시(링크)였다.  단연코 끝장났다. 

전시장 들어가면 맞딱뜨리는 장면이다. 처음에는 뭔가 싶다

최정화 작가의 작업을 단독전으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플라스틱 바구니와 자질구레한 돌멩이, 그릇과 같이 사실 눈에 치이지도 않는 하찮은 소품을 차곡차곡 쌓아올려 탑을 만들어 전시한 작업들을 한눈에 보고 있으니 이게 바로 스펙타클이구나 싶었다. 

스펙타클이란 것이 꼭 무지막지하게 압도하는 크기가 아니어도 같다가 붙일 수 있는 말이었다. 

모르겠다. 왜 꼭 그 단어가 생각났는지는 정말 나도 모르겠었는데 영상에서 단어가 머리를 감싸고 마구 돌아가는 것처럼 그 말이 떠올랐다. 

수집광적 특성과 반복적으로 쌓아올리는 표현방식이 저렇게 집요하게 계속되니깐 또 감동적이다. 그게 이상하게 끌리는게 신기하다. 

별거별거를 다 붙인다.

최정화의 전시는 단순한 동선이지만 정교하게 고안된 것이었다. 개별 작업을 생각없이 늘어논것 같지만, 하나하나씩 뜯어볼때와 한발짝 떨어져서 전체를 조망할때의 느낌이 전혀 달랐다. 

이게 진짜 머리를 돌리는 거구나 싶었다. 요즘 전시를 보면 선뜻 공감가지 않는 동선을 만들어 놓고 내게 전시의 의도를 주입하려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 전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쌓아올리는 오타쿠적 습성이 점차 진화하는 것같아 보인다

그냥 작업들을 거닐면서 자연스럽게 작가가 하려는 말을 흡수하는 듯했다. 그 말이 무슨말을 하려는지는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마음으로 탁 느껴졌다. 

전시가 끝나고 나오면서 상영되는 최정화 작가의 인터뷰 영상을 보면 최 작가는 버려지는 물건을 다시 살려 생명을 불어 넣는다는 내용의 멘트를 날렸는데 그 말이 공감이 되었다.

반전의 장면을 연출한다. 아무의미없어 보이는 작업들이 그림자로 비칠때 또 다른 쇼를 보여준다

p.s. 1. 최정화 작가의 인터뷰 풀영상(링크). 전시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자료. 
        하필 인터뷰이가 키가 껑충한 모델이라는게 안습(키차이 ㅠ). 인터뷰를 보면 나름 
        예능끼도 다분히 있어보인다. 무진장 흥있게 사시는 분같아 보인다. 

     2. 현대자동차는 왜이렇게 멋있는건가? 진짜 오너가 누군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업이다



[전시] 이스트빌리지 뉴욕: 취약하고 극단적인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

생각없이 들어간 미술관 산책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게 봤다(전시링크). 

"1980년대 뉴욕 미술"이란 말을 들을 때 생각나는 그런 감성을 잘 재현했다. 
전시 디스플레이와 큐레이팅이란 것이 이런건가 싶었다.  

국내경제 호황을 비롯하여 정치경제적으로 거칠 것없이 치고 나가는
(그래서
오만해지기 시작한) 미국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듯한 작가들의 에너지가
내게는 공감이 많이 되었다. 

개별작가들의 작업 역시 매우 흥미로웠다. 

이들의 회화를 보니깐 요즘에 많이 보이는 본격적으로 사적인 개인사를 까발리는 스타일이 이때부터 꿈틀거렸구나 싶었다. 

얼핏보면 잭슨폴록의 그림 같은데 제목이 인상깊다."폴록 아님" 낚인거다.

키스해링 정도는 그냥 찍어줘야지



[미술] 미술세계. 왠지 요즘 세련되진것 같다.

미술잡지를 요즘 안본지 꽤 된 상태에서 미술세계 웹사이트에 들어가봤다. 

어, 왠지 세련되어졌다. 필자와 주제를 비롯하여 느껴지는 분위기가 한층 달라졌다. 

전체적인 톤이 바뀌었다면 필히 편집자의 영향일텐데 현재 편집장은 백지홍님으로 '16.4부터 이 역할을 맡고 있다. 

딴건 모르겠는데 여전히 종이 잡지의 디자인은 좀... 그렇다. 

[미술] 윤정미 작가 개인전에 비치된 서적 스크랩

윤정미 개인전(링크)에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수록된 모든 매체를 진열해 놓았다. 


미술, 디자인, 광고, 하다못해 교과서에까지 작가의 작업이 실려있었다. 


분야를 넘나들면서 호기심을 끌었다는 점에 인상깊었고,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잘 챙기는구나 싶었다. 


이런저런 책을 들추면서 흥미로운 작가와 책을 캡쳐해놓았다.  


1. Alessandra Sanguinetti

이 작가를 굉장히 오랜만에 봤는데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 다이안 아버스에게 영향을 꽤 받은듯한 포트폴리오와 어딘지 모르는 몽환적인 느낌과 톤이 인상깊은 작가이다.

2. Contemporary Korean Photography

내가 좋아하는, 몇몇 중요한 작가들은 빠져있었으나 우리나라 사진작가들을 소개하는 영문서적이 있다는 것이 반가웠다. 커버사진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사진작가들의 어필작은 아직까지 남북관계나 다큐멘터리 사진에 머물러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일우사진재단의 취향을 보여주는 작품집.  

3. 윤정미 "반려동물"

윤정미 작가가 단순히 핑크핑크한 사진으로 소위 뜬게 아님을 말해주는 사진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핑크블루 시리즈보다 훨씬더 흥미있게 봤다. 개에 대한 로망도 작업에 대한 재미를 더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윤 작가가 가지고 있는 사람-장소-stuff에 대한 관찰력, 호기심을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수작이라 하고 싶다. 요즘 포트폴리오 사진들에서 보이는 긴장감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오히려 이 시리즈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더 투명하게 전해주는 것같다. 윤작가를 보니 수더분하고 편안해 보이는 느낌이 작업에 그대로 베어나온게 아닐까한다. 

4. Roger Ballen, "Outland"

이 작가의 사진은 작업에서 스타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준다. 아무런 배경없이 단순히 사람 하나만으로도 그로테스크가 무엇인지, 날카로운 회색톤의 배경만으로 심장을 쫄리는 느낌을 낼 수 있는지 뽐내는 듯하다. 배경조차 알수 없는(남아공으로 추정) 어떤 공간에서 만들어낸 이 시리즈를 계속 지켜보기 어려울 정도다. 멀미가 날정도로 빨려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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