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정 미술평론가는 몇가지 존경하는 점이 몇가지 있다. 우선 그는 자전거 애호가로서 롤모델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다. 통상 우리가 아는 쫄쫄이와 한강 자전거도로, 그리고 떼 라이딩 등과 같은 전형적인 자전거 애호가의 클리셰에서 완전 동떨어져 있다. 반 평론가는 직업상 전시관람과 컨설팅, 강의, 심사 등의 모든 일정을 자전거로 대부분 이동을 하는데, 그야말로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를 타는 몇 안되는 인물이다(평상복 차림, 일반도로, 노헬멧 ^^. 헬멧을 안쓰는 것은 좀 걱정이 되긴하다).
우리나라 자전거 문화는 자동차 도로와 공존하기 보다는 서로를 분리해놓는 자동차 중심의 교통정책(약간 자전거를 귀찮아하는 듯한 뉘앙스를 받는다)과 값싸고 편리한 대중교통 인프라 등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활용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그는 자전거로 서울시내를 누비는 삶을 십수년간 계속해오고 있다. 이정도 되면 영화 타짜에서 편경장의 대사를 연상케하는 "삶과 자전거가 그고 그가 자전거인..." 머 그정도의 수준이라고 할수 있다. 미니벨로만을 고집하는 취향 역시 반갑기도 하고.
다음으로는 역시 십수년간 계속되고 있는 블로그 기록활동인데 이것이 진짜 존경하는 부분이다. 평론가로서 활동을 상당부분 블로그에 남기고 있는데 기록행위를 통해 우리같은 미술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업계(?)인이 올리는 정보가 소소한 흥미거리이자, 또 훌륭한 아카이브로도 도움을 많이 받는다.
그가 2019년 발표한 '한국 동시대 미술 1998-2009' 역시 그 연장선상으로, 그 시기동안 활동한 그의 평론활동을 연도별로 집대성해놓은 저작이다. 미술작가라면 전시를 하겠지만 평론가는 이런 작업을 발표하겠구나 생각되었다.
인상 깊었던 점은 동시대를 함께 살아온 평론가로서 당해 연도의 정치, 사회, 문화, 경제 각 분야의 이슈와 미술씬의 연결고리를 자연스럽게 만들면서 미술이 훨씬더 살아 움직이고 친숙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단순한 배경설명에 그친 평이한 장치 같지만 미술은 우리의 삶을 움직이는 요소와 동떨어져 있는 영역이 아님을, 홀로 생존하지 않고 우리와 함께 살아 숨쉬는 영역임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국가) - 미술씬 - 개별 작업으로 끌어나가는 아이디어 자체가 이 책의 백미이다.
그 논리에 동감하던 하지 않던 간에 이런 구조를 짜기 까지는 많은 리서치와 고민, 그리고 작업물이 뒷받침 되어야 나왔을 거라는 생각이다. 나는 그의 연도별 테마에 대부분 공감했다. 물론 대표적으로 예시를 든 작가와 작업 중에는 이들보다 더 대표성있는 누군가가 있었을 법한 생각도 하긴 했다. 물론 해당 작가를 더 찾아보는 몫은 나에게 있을 것이고, 그것이 이 책을 더 흥미롭게 누릴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해설보다는 한국 동시대 미술이 연도별로 어떤 흐름으로 진행했으며 그에 해당하는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특정기간에 대한 미술 역사책으로 분류해도 될 것 같다. 소개된 작가들이 그러한 흐름을 만들어 낸 것인지, 아니면 거대한 흐름 속에 일부로 작용했는지 미묘하게 섞여 있으나 반이정 평론가가 정의한 연도별 테마를 잘 뒷받침하고 있다.
2019년도에 출간한 책이나 10년 전인 2009년까지로 끊은 이유가 새삼 궁금하다. 10년이라는 시간이면 보다 객관적이고 포괄적인 연도별 테마를 선정하고자하는 고민인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앞으로의 10년, 2010-2020년까지의 저작 역시 기다려진다는 점이고, 우리나라 미술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해놓는 다는 점은 분명 의미있는 소중한 활동이라는 점이다. 반 평론가가 지금도 활발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점을 미루어 보면 충분히 후속작이 나올만 할 것 같다.
ps1. 최근에는 유투브 채널을 개설하여 평론보다는 조금더 평이한 소개 컨텐츠를 이어오고 있다.
ps2. 반이정 평론가의 자전거 생활에 대한 태도를 엿볼수 있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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