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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미술판] 아트 스타 코리아(월간이리 2014.3)

전문은 월간이리 3월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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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는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한가지 큰 이벤트가 있으니, 바로 3월30일 11시에 시작하는 "아트스타 코리아"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기존에 예술을 다뤘던 방송과 극명하게 차별성을 보이는 점은 서바이벌 오디션 형식을 도입하여 아티스트 중에서 옥석을 가리겠다는 점이다. 

서바이벌 오디션 식의 편성은 이제 어느정도 식상할 법하지만, 일단 이제껏 한번도 '감히' 건드리지 못했던(시청률 때문이던 이유없는 계급의식인지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미술분야에도 대중문화의 프레임이 끼워진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 그래서 방송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한 마음이 크다. 그래서 보고 싶다. 

이 프로그램을 두고 말들은 참 많다. 

사람들은 예술이 경쟁의 대상이 될 법하냐느니, 자유분방히 분출해야할 예술가들의 끼를 일부 심사위원의 기준으로 재단하는 것이 가능하냐느니,  거대 자본과 미디어로 인해 예술의 숭고함은 간 곳없고 진흙탕 싸움이 되지나 않을지 하는 점 등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세간의 우려에 BS 한마디를 날려주고 싶다(얼마전에 미국 10대한테 배운 미국 속어이다. 궁금하시면 Urban Dictionary를 검색해보시라) 

가타부타 말은 많아도 일단 미술은 지금보다 훨씬 대중들에게 노출이 많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은 일단 환영이다. 통계수치를 찾아보다가 포기했지만 모르긴 몰라도 우리나라의 인구 1인당 미술관 비율은 그렇게 좋아하는 "OECD 통계"에서 아래에서 찾는게 쉽지 않을까 모르겠다. 물론 입시미술 학원수는 위에서 찾고 말이다(워워~ 흥분 가라 앉히고). 

아무튼 미술 애호가의 수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일단 TV가 미술을 다룬다는 사실이 반갑기 그지없다. 게다가 방영시간이 11시다. 요즘은 프라임타임 시간대가 되어버린 11시에 바로 미술프로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니 말이다. 얼마 있지도 않는 미술 프로들도 새벽 1,2시로 밀려버려 한번 보려면 새벽잠 참아가면서 봐야했던 내게는 가뭄의 단비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 개인적 취향도 반영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케이팝스타, 도전 슈퍼모델은 본방사수는 못해도 재방송이라도 챙겨보는 편인데, 직장인을 넘어 사회생활을 하는 누구에게나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처음에는 주목을 받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한계를 넘지 못하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미션에 집중하지 못하는 참가자들은 여지없이 탈락의 위기에 몰린다는 점은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것을 내게 적용해보면 불쑥불쑥 주어지는 미션을 하나라도 허투루 건너뛰지 말아야 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작게는 상사의 명령이나 크고작은 갈등상황이나, 바지가랑이 붙잡고 뒤집어지는 아이의 땡깡 앞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말리지 않을 테야 하는 그런 화이팅이라고나 할까. 

미술가들에게는 어떤 미션이 주어질지 모르겠지만, 공공미술과 같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해야하는 도전, 스폰서 기업과의 콜라보나 경쟁자들과의 공동작업 같은 미션이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런 미션 앞에서 미술가들은 어떻게 창작 에너지를 분출시킬지, 그 과정이 매우 궁금하다. 

미술품이 트럭타고 포장되기 직전에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생생한 얘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어느정도 갈등구도는 좀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이슈를 불러 일으킬만한 특이한 이력을 가진 도전자가 나와서 프로그램을 산으로 끌고가기도 하겠지만 어느정도는 용서해주리라. 그 와중에도 미술판 안에서 노는 것일 테니. 

뭐니뭐니해도 이 프로를 통해 가장 기대되는 점은  역시 심사위원을 통해 가늠하게 될 우리나라 미술계의 취향이다. 작품을 놓고 심사위원들의 의견 교환을 거쳐 수작을 가려내는 기본적인 구성은 기존 미술상의 심사방식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어려운 단어들로 가득찬 1장 분량의 심사위원장의 후기로만 접해왔던 작품 선정의 과정과 심사위원과 멘토의 시각 그대로가 날 것 상태로 전해질 것이겠지. 

물론 제작자의 개입은 불가피하겠지만 어쨌건 미술 심사 과정에 참예 한다는 것만 해도 이 프로가 주는 재미는 상당할 것이다. 게다가 심사위원과 멘토는 (내 짧은 생각에) 메인스트림의 핵심인 김선정 큐레이터를 비롯해 반이정 평론가와 월간 아티클의 홍경한 편집장 등 일단 미술 각계에서 일가견을 이루는 플레이어들이 모였다. 

마치 케이팝 스타의 양현석, 박진영, 유희열이 댄스, 노래, 작곡 등 각자의 장기대로 늘어놓는 신랄한 평이 은근히 조화를 이뤄 재미를 주는 것처럼, 멘토와 심사위원진을 보니 구성에 많은 정성을 쏟았다는 느낌을 준다. 

아. 이 프로를 통해 정작 데미언 허스트와 같은 아트스타가 기대되지 않느냐고? 5~10년후라면 모를까 지금은 아니올시다라는 생각이다. 

갤러리스트나 큐레이터의 한 눈에 들어 혜성같이 나타난 스타는 그야말로 백년에 한두명 나올까 말까하는 신의 아들일 뿐 미술은 철저히 한발짝 정진하며 트랙 레코드를 쌓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보수적인 세계이기 때문에 이 프로 하나로 스타?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 탑 3가 지금 뭐하는지 찾아보시라. 그러면 답은 나올 것이다. 

그저 다른 작가들보다 징하나 더 박힌 스파이크를 신어서 조금 더 빨리 치고 나가 전시를 하게된 참가자들에게 응원을 보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