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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전시] 안드레아 거스키Andrea Gursky 국내 전시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웹사이트

안드레아 거스키Andrea Gursky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에서 3.31-8.14 기간에 개인전을 연다. 두 점의 신착을 포함하여 총 47점의 작품이라니 규모가 상당한 것을 알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진 top10 안에 항상 언급되는 99센트를 포함한 그의 대표작을 포함하여 신작 2개까지 공개가 된다고 하니 볼만한 전시임에는 틀림이 없다. 

거스키의 홈페이지를 보니 2022년에는 뉴욕의 가고시안, 런던의 화이트큐브에서 개인전이 열린단다. 확실히 급이 장난이 아니다. 미국과 영국의 국가대표급 갤러리의 소속작가가 한국에서 개인전을 한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KIAF에서 범작만 보고도 좋은 구경했다고 갔었는데 ㅎㅎ 

2022년 안드레아 거스키의 글로벌 전시일정.

안드레아 거스키는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던 간에 그동안 발표한 작업으로도 그 명성을 유지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독보적인 흐름을 증폭시킨 장본인이고 아직까지 그의 아우라에 미치는 작가는 발견하지 못했다. 특정 분야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커리어를 보유한 대가이다. 미술 역사책에서도 그의 이미지는 항상 등장할 것같다.  그만큼 그의 사진은 한 시대를 대표한다.

안드레아 거스키는 안셀 아담스Ansel Adams와 같은 풍경사진의 전형적인 구도를 유지하면서 그 안에 등장물은 풍경이 아닌 피사체로 채워넣는다. 대부분의 구성요소는 사람이나 자동차와 같은 현대문명의 산물로 이뤄져 있다.  전통적인 풍경사진의 외관을 차용하고 내용물은 요즘 것들로 채워넣은 참으로 영리한 사진이다. 거스키의 사진을 보면 "요즘 시대의 풍경사진은 이런 것이야"라고 하는 듯하다.  

위의 글은 안드레아 거스키가 안셀 아담스로부터 영향을 받았는지 여부는 알수가 없어 검색중에 발견한 글이다.  저자를 알수 없는 이 글을 보면 속이 시원하다. 글이 짧아 표현하기 힘든 내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은 글이다. 더군다나 이 글을 발표한 Public Delivery라는 비영리 미술기관은 한국에서 2011년에 발족했단다.

https://publicdelivery.org/andreas-gursky-duesseldorf-museum-kunstpalast

또 다른 글에서는 안드레아 거스키의 사진을 "세계 경제와 요즘 시대의 풍경사진"이라고 정의를 하기도 했다. 동의한다.

https://craigberry93.medium.com/large-format-3e5e956caaba

어떻게 보면 안드레아 거스키가 불러온 "대형사진" 붐은 동시대 풍경사진을 효과적으로 담기위한 기술적인 선택에서 나왔으리라고 본다. 거스키의 사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람을 담아내기 위한 그의 시도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한다. 위에 언급한 Public Delivery의 글에서도 거스키는 1.8x2.4미터 이상의 사진을 인화한 최초의 사진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나는 거스키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흥미롭다. 사람을 이미지를 구성하는 점으로 대하는 신박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수많은 점이 모여 덩어리를 만들어내는데서 오는 스펙타클함과 동시에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사람이 각각 다양한 포즈를 하고 있는 것을 묘한 동질감과 안도감이 느껴진다. 대형사진이라 멀리서 봤을때와 가까이서 봤을때 달리 보이는 매력을 준다.  

https://www.andreasgursky.com/en/works/1994/hong-kong-shanghai-bank

최근작을 보면 사람들의 이미지가 점에서 많이 확대된 사진이 제법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스키에게는 인격체로서의 사람이라기 보다는 그가 그려내고 싶어하는 스펙터클한 이미지를 구성하는 부품 그 이상도 아니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평양에서의 매스게임 사진도 동일한 선상에서 의미가 있다. 

한편 재미있는 지적도 있다. BBC의 한 기자는 큰 사이즈에 높은 해상도를 가진 거스키의 사진이 낮은 해상도와 가벼운 용량으로 빠르게 돌고도는 소셜 미디어 시대에서 어떻게 통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좀더 생각할 포인트이긴 하다. 물론 거스키의 이미지가 소셜미디어에서의 그것과는 목적자체가 다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관객의 취향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해볼 문제이다.

근데 거스키의 한국 개인전을 개최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궁금해져서 보니깐 전시 이력이 후덜덜하다. 바바라 크루거, 이불, 윌리엄 켄드리지 등등 하나하나 전시가 존재감이 상당하다. 소장작가를 중심으로 전시 스케줄을 짠다고 하는데 한국에서 개인전을 도통하지 않는 작가들을 섭외하는 내공이 대단하다. 이쯤되면 회장님의  소장작품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