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rt

[전시] 아이 웨이웨이(Ai Weiwei) 인간미래

직접 촬영(by Galaxy Note9) 전시장 입구. 이번 전시중 가장 맘에 든 샹들리에가 보인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아이웨이웨이(Ai WeiWei)의 전시 '인간미래(Defend the Future)'전을 다녀왔다. 나는 이번 전시가 서울관 전체에 걸친 대규모 회고전을 생각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일부 전시장(6,7관)에 그의 근작을 중심으로 열린 전시였다. 그의 이름값에 비해서는 소규모 전시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의 작업을 실물로 처음 구경한다는 점에서는 개인적으로 꽤 의미있는 일이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아이 웨이웨이의 매력을 다시금 맛볼 수 있었다. 내가 그의 작업을 좋아하는 이유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체제의 벽을 넘지 못하고  기껏해야 냉소와 조소 정도에만 머무르는 다른 동시대 작가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그의 태도였다. 체제에 대한 저항을 캐릭터 삼은 아이 웨이웨이는 중국 체제를 상징하는 천안문에 대고 뻑큐를 날리는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며 보는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https://delood.com. 직접 한번 꼭 보고싶은 2013년 비엔날레 출품작이다. 

그의 어젠다 선점능력과 기획력, 그리고 그것을 구현해내는 표현력은 날이 갈수록 진화한다. 중국 체제에 대한 그의 저항은 이제 1차원적이고 직관적인 저항행위를 넘어선다. 이제는 주장에 가까워진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해바라기 씨앗이나, 중국 의자를 가지고 만드는 대형 설치물 작업을 통해 '중국 민중'을 전면에 드러낸다. 해바라기 씨앗을 만든 중국 평민, 그리고 그들이 가정집에 흔히 사용하는 나무의자 모두가 하나같이 중국 인민이다. 

이들은 천안문, 경극, 만리장성 등과 같이 체제에서 중국을 선전하는데 활용치 않는 하찮은 '것'들이다. 그러나 이'것'들이 중국 인민을 가리키고 있음을 보는 사람은 알고 있다. 특히 중국 인민들은 이 작업을 보면 자신을 말하고 있음을 알 것이다. 아이 웨이웨이의 1차적인 관객은 그누구도 아닌 중국 인민들을 향하고 있다. 아이 웨이웨이는 '주인공은 너희들이야'라고 인민에게 말을 걸고 있다. 역사 속에서 잊혀진 인민들을 밖으로 불러내고 있다.  

https://www.tate.org.uk. 역시 한번 직접 보고싶은 2010년 테이트모던에서의 해바라기씨 작업

중국 체제에 대한 저항은 중국성에 대한 부정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아이 웨이웨이는 적극적으로 중국 문화에 외부를 끌어들여온다. 매우 영리하다. 이번에 전시된 도자기 시리즈와 레고 시리즈가 비슷한 즐거움을 주었다. 역설적인 그의 태도이다. 먼저 청자에 색페인트를 씌우거나 청자를 깨뜨리는 퍼포먼스를 통하여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중국에 대한 그 무언가에 뻑큐를 날렸다. 지금까지의 중국은 아예 지운듯하다.

직접촬영(Galaxy Note9). 도자기 작업은 실제 보았을때 훨씬더 임팩트가 있다. 

반면 그는 난민, 전쟁 고아와 같이 이 시대를 살고있는 이웃을 불러 그 공백을 채워넣었다. 기막힌 반전이다. 결국 그는 중국인으로 중국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떠한 중국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듯하다. 

by Galaxy Note9 : 난민촌 옷으로 이들을 기억하려는 laundromat의 메이킹 영상

레고 블럭으로 구성한 12지상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에 전시한 작업중 하나는 자본주의 장난감의 대표주자인 레고블럭을 통하여 중국 전통의 12지신상도 있었다. 그게 시리즈로 한 장소에 있을때 묘한 감정을 경험하는데 분명 나는 아시아 문화를 상징하는 12지신상을 보고 있지만 알록달록한 레고의 천연색 블럭에 시선을 지배 당하고 있음을 알게된다. 

* (여담) 아이웨이웨이는 레고로 정치적 저항의 메시지를 담아왔는데, 중국 시장 진출의 악영향을 우려한 레고가 2015년 그에게 대용량 공급을 거부한 적이 있었다. 오히려 이는 레고에 대한 역풍과 아이 웨이웨이에 대한 레고 기부가 폭증하는 결과를 낳았고, 결국에 레고는 대용량 판매에 대한 사전검열 정책을 폐기를 발표했다.

by Galaxy Note9. 관련 작업에 대한 기록물. 섹션이 끝날때마다 저런 기록물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마다 발간하는 그의 작업에 대한 기록물이다.  기억에 남는 아티스트는 결국 기록물에서 갈린다고 생각한다. 그의 네임밸류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는 2006년부터 2009년부터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책을 낸 작가의 성향답게 그는 자신의 작업물에 대한 아카이브를 대내외적으로 관리해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록물을 중요시 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by galaxy Note9 : 숭고함과 그로테스크함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신비한 작업이다.

* 이전 포스팅(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