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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전시] 폴 매카시 - 일곱 난장이들(Paul McCarthy: Nine Dwarves)

출처 : 국제갤러리

폴 매카시를 한국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전시가 열리는 국제갤러리가 폴 매카시의 작업을 신관 개관전으로 선택한 것도 좀 신선했습니다. 

70세를 바라보는 작가의 나이 탓이라 예전 혈기가 누그러져 그런건지, 아니면 우리나라 애호가의 기호를 고려해서일지는 몰라도 "귀엽다고" 표현해도 될 만한, 누군가의 마당에 하나 들여놓고 싶음직한 작업이더군요.  만약에 케찹이 난잡하게 흩뜨려진 그런 쎈 작업이 신관을 가득 채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전시장을 돌았습니다. 별로 걸리지 않더군요. 생각보다 신관의 크기가 아담했고, 9점에 조각들도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하마터면 조각 밑부분에 삐져나온 일부분을 발로 찰뻔하기도 했습니다. 차서 망가지면 손해배상을 과연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도 잠간 들었지요.  

http://www.hauserwirth.com 이런난잡한거를 보고싶었는디

매카시의 여느 작업이 주는 강렬한 이미지는 중화되었을지 몰라도 이면에는 숨겨진 그 힘의 근원은 여전했습니다. 어떤 현상이던 생각이던 이를 뒤틀고 왜곡하고 변형하려는 매카시의 의지는 변함이 없이 작업에 묻어나왔습니다. 

동화 속에서 갈길 잃은 백설공주를 받아들여주고, 그녀의 죽음을 애도해주던 순수한 시골 할아버지 같은 일곱 난장이가 폴 매카시에게는 그렇게 안보였나 봅니다. 익살스런 눈은 탐욕과 색욕이 가득한 눈으로, 그 주위는 발기된 성기가 어지럽게 늘어뜨려져 있습니다. 흡사 옷을 갈아입는 백설공주를 몰레 보면서 저희들끼리 음담패설을 주고받는 그 모습을 상상하면서 조각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잔인하게 서로를 난도질하는 장면이 나올법한 동화속 내용을 상상하면서 서로를 훼손하는 장면을 그렸을수도 있습니다. 

전시를 보고나서 백설공주를 다시 한번 찾아 보았습니다. 이전에 지나쳤던 모습이 발견되더군요.  줄거리 속에 소품은 이게 어린아이를 위한 동화인지 아니면 막장 폭력 치정 살인극인지 모를 정도로 과격한 내용이었습니다.  시기, 질투, 살인과 복수는 이야기의 핵심이었습니다. (가장 황당한게 나쁜 왕비에 대한 처벌로 빨갛게 달구어진 쇠구두가 신겨졌다는 거죠. 상상조차 하기 싫은 장면이죠). 디즈니의 귀여운 삽화를 백설공주의 이미지로 삼아온 내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지요. 

어떻게 보면 폴 매카시의 힘은 이미지의 '변형'에서 나온다기 보다는 우리가 보지못한 이면을 송곳으로 꿰뚫어 '폭로'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 지은 국제갤러리의 신관(k3) 역시 볼거리로 충분합니다. 뉴욕의 SO-IL이 설계한 갤러리는 건물전체를 덮는 철망 구경이 쏠쏠하지요. 갤러리가 주는 도도함과 특유의 폐쇄감과 신비함이 잘 느껴졌습니다. 건물이 눈에 보이는 건 일층밖에 없다는거고, 안에 들어가면 말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텅텅 빈 큐브입니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것 같긴한데 들어가려면 좀 눈치보이는 그런 구조.  뭐 아무래도 좋습니다. 이쁘니깐요. ㅎㅎ 

출처 : 국제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