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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도서] 걸작의 뒷모습(Seven Days in the Art World) by 세라손튼

출처 : yes 24

지금까지 읽은 미술책 중에 도판이 가장 적은 미술책이지만,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으로 당분간 기억할 것 같습니다.  

도판은 제게 떡볶기를 먹다가 심심할때면 뒤적여 찾는 오뎅이나 브라우니 속에 초콜렛 덩어리처럼  미술책을 읽어내려가는데 감칠맛과 이해도를 높여주는 아주아주 중요한 요소인데요. 이 책은 그림사진이 수십페이지의 챕터당 2-3개 밖에 없으니 왠만했으면 한두페이지 읽고 구석에 던져질 조건을 아주 잘 갖추고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순식간에 진짜 재미있게 읽힌 이유는 간단명료하게도 그림이 없어도 재미있다는 거지요. 어쩌면 이 책은 도판이 필요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목처럼 '걸작의 뒷모습'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니깐요. 사람들이 보지못하는 걸작의 뒷모습.  걸작의 뒷편는 무엇이 있을까요. 유명한 화가의 그림액자 뒷편을 상상해 봅시다. 모르긴 몰라도 판화나 사진이라면 에디션 넘버, 갤러리의 보증도장, 혹은 미술품 소장자의 경로를 식별할수 있는 사인이 암호와도 같이 어지럽게 휘갈겨져 있겠지요. 액자에 직접 없다면 보증서라도 붙여져 있다고 칩시다. 

작가가 앞면에서 작품에 대해 얘기한다면, 이 책은 그 뒷면에 펜을 가져다 대는 많은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미술작품이 아니라 '미술산업'에 대해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라 그런지 흔히 미술관련 책에서 보이는 전문용어나 미사여구는 없습니다. 단도직입으로 적나라하게 크리스티나 소더비 같은 옥션하우스와 ART NEWS나 ART REVIEW에서 선정하는 POWER 100에 나오는 인물을 묘사합니다. 관심이 있었던 터너상에 대해서도 후보자 선정, 심사과정에서 발표하는 순간까지 과정을 그대로 스캔해주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미술작업을 대하는 관점을 확장해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한 책인 것 같습니다. 작품의 외양이 주는 단순한 시각적인 즐거움 외에도, 뒷편에는 이 한 작품으로 먹고 살기위해 'X빠지게' 뛰어다니는 사람들도 있음을(비평가, 딜러, 큐레이터, 컬렉터 등등) 생각할수 있으니깐요.  아트페어에 갔을때 할일없이 책상에 무표정하게 앉아있는 사람이 왜 거기에 있는지 등등 이런 소소한 재미를 즐길거리를 많이 발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