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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전시] 오형근 - 중간인 @아트선재(월간이리 2012.10)

월간이리 10월 기고(http://postyri.blogspot.kr/)

나라에서 보내주는 2박3일짜리 유급 휴가를 다녀왔다. 하아. 이제 2년 남았다. 아쉬워서 어쩌나. 

<중략>

그런 점에서 오형근의 이번 전시는 제목부터가 기가 막히게 절묘했다. 직업적으로는 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닌, 그렇다고 직업군인도 아닌, 청소년이라 하기에는 좀 들었고, 장년이라 하기에는 어린 그렇다고 청장년이라 하기에는 뭔가 미심쩍은 이들은 정말로 중간인 같이 보였다. 

이 중간인들은 카메라 렌즈 앞에 잔뜩 위엄 있는 포즈를 취하고 서있어도 결국 들여다보면 이들은 누군가의 지시를 따라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이었고, 그 모습은 자신의 것이 아니란게 쉽게 드러난다. 

딱 보면 어설프기 때문이다. 좋게 표현하면 사진가와 사진 찍는 사람 사이의 긴장감이라고 하겠지만, 글쎄 주관 100%가 섞인 내 눈으로 보면 아무리 봐도 누가 시켜서 한 표정이다. 어쩔 수 없는 경험에서 나온 선입견이라고 할까. 그렇지만 오형근의 사진의 매력은 바로 이 긴장감에 있다. 사진 이미지 속에 숨겨진 긴장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형근의 사진은 매우 단순한 구조를 고집한다. 사람과 배경, 끝이다. 하지만 이 단순함 속에서 오형근은 자신이 바라는 이미지를 조작해 낸다. 그의 개입은 시리즈를 거듭하며 그 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 

길거리에서 찍다 보니 인물이나 포즈, 그리고 배경 선택에서 우연의 여지가 큰 이태원, 광주, 아줌마 시리즈를 지나 소녀연기, 화장소녀, 중간인 시리즈부터는 배경 없이 스튜디오에서 찍거나 길거리보다는 경우의 수가 적은 군대와 같이 우연이 개입할 확률을 차단, 적극적인 이미지 조작에 들어가는 듯이 보인다. 

물론 그 이미지 조작은 현장에서 모델에게 이래라 저래라 주문하면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인물과 배경 선택에서부터 이미 끝났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오형근은 따로 모델에게 주문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이 사람들 자체가 긴장하고 있는, 중간에 서있는 사람들이므로. 어떤 계층, 어떤 인종(?)을 섭외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그의 향후 행보가 매우 기다려진다. 

한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들이 제대 후 직장인, 결혼 후 가족사진과 같은 중간인 이후에 대한 기록도 볼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만약 제대하고 나서도 이들은 중간인에서 탈피했을까? 

아마도 그 순간에는 또 다른 중간자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 같다. 당장에라도 어딘가 뛰쳐나갈 것 같은 갈피못잡아 보이는 청소년들을 찍고, 2년 뒤에 그들을 다시 담아낸 리네커 딕스트라 Rineke Dijkstra의 사진에서 보이는 인물들처럼, 중간인에 담긴 이들도 제대 후 어딘가에 취직해있어도 마찬가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