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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미술] 월간이리 1월

전문은 월간이리 1월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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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SNS에 갈겨 쓴 메모가 생각났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이유는 특별히 기억할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슬프면서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이 짧은 메모에 자극받아대충 쓰던 일기도 정성들여 쓰게 되었다. 미술에서도 지나가면 놓칠 2013년의 기억을 한 올이라도 긇어모아 본다.  

갤러리 방문이나 독서를 통한 미술로의 노출이 이전보다 특별히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금은 더 골똘히 보고 생각하려 했다는 점에서 예년과는 달리 한 작가 한 전시를 아로새길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일천한 지식에서 누군가와 나눌만한 얘깃거리가 나올 리는 만무하다는 점 역시 깨달았던 시기였다. 

<정서영, ‘큰 것, 작은 것, 넓적한 것의 속도’전>작업에 공감하기 위해 많은 자료와 관련서적, 그리고 작가와의 대화까지 참여하는 등 조금은 진지하게 다가갔던 작가의 전시가 아니었나 싶다. 

<라이언맥긴리, ‘청춘, 그 찬란한 기록’>전시장을 가득 메운 젊은 관람객을 보며 미술 취향에 대한 편중도가 매우 심각함을 여실히 느꼈던 전시였다. 한편으로는 미술애호가의 저변도 넓어질 수 있겠구나라는 바늘구멍만한 가능성 역시도.  

비평공모 참가를 막무가내로 선언하고 자료실과 책을 뒤지면서 그림만 훓어보고스킵하기 일쑤였던 비평가들의 작업물을 존경의 눈,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대하기 시작하기도 했다. 내가 느낀 감흥을 공감하게 하는 글쓰기가 쉽지는 않구나란 생각이다. 

<김장언, ‘미술과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비평가 역시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주력 분야가 다양하다. 올해 비평가들의 글을 찾아 읽으면서 나는 ‘행동파’ 비평가에 매력을 느꼈다. 자신이 생각하는 미술판을 직접 짜는 그런 사람. 게다가 우리나라 동시대 미술에 대한 나름의 통찰까지 덧입은 김장언의 이 책은 내게 큰 도전이었다. 

<현시원, 독립 큐레이터> 뒤적거리는 미술잡지, 도서, 인터넷 사이트 할 것 없이 등장하는 큐레이터이다. 내가 앞으로 어떤 분야에 흥미를 느낄 지 알지 못하듯이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따라서 현시원은 내게 ‘비치 매트’큐레이터이다. 전쟁나면 해병대 상륙할 때 길깔아주는 그런 장비를 비치 매트라고 한다.  가고 싶은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 멋있다. 

< 경향 아티클>다른 미술잡지와 달리 여기는 보다 비평글에 중심축이 많이 쏠려있다. 그래서 그런지 깨알 같은 이야기 거리들이 매월 넘쳐난다. 이런 작은 주제들이 쌓여서 큰 담론이 되는 거겠지. 참고로 <아트 인 컬쳐>의 내년 기획 역시 기대가 많이 된다. 

미술판이 지금 어떤 길로 가고 있는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을 가지기도 했다. 숲을 보면 나무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마음이었다. 그 방법으로 미술잡지를 빠르게 넘기며 어떤 작품들이 주목을 받는지 큰 그림을 찾아보려 하기도 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전 세계 미술관과 갤러리의 전시를 DB화 해서 나름 빅데이터로 써먹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언젠가는 해보고 싶은 작업이다. 

<김달진, 서울 아트 가이드 > 두말할 필요가 뭐가 있으랴. 미술을 업으로 하던 일 년에 한번 잠간 들르건 상관없이 서울 아트가이드를 한번이라도 펼쳐보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가히 우리나라 미술의 ‘론리플래닛’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를 더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미술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정서영 작가와 비평공모를 위한 데이터 서치에서 이런 데이터베이스(또는 아카이브)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어떤 작가의 전시 도록을 일목요연하게 보려해도아무데도 갈 데가 없다.

여기까지가 얼기설기 긇어모은 2013년에 대한 기억이고, 2014년에 대한 기대도 빠질 수 없겠지?

미술이 무슨 주식도 아닐진데 artist to watch, 기대주, 블루칩…과 같은 인스턴드성 관심보다는 기존 작가에 대한 재발견을 더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될성부른 싹을 만날 기회는 아주 많다. 위의 제목에 나오는 작가들은 물론, 유명 레지던시 참여 작가, 젊은 큐레이터와 메이저 갤러리들이 경쟁적으로 내세우는 대안공간 전시작가들만 봐도 향후 10년의 플레이어들을 어림짐작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4-50대 작가들에 대한 재조명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중간 허리’ 기획전일 뿐 상업갤러리는 과천현대미술관의 상설전시장에 걸리는 익숙한 작가들의 회고전만 되풀이한다. 젊은 큐레이터들이 좀 새로운 시각으로 발견하면 어떨까? 아니면 중견급 큐레이터들이 젊은 작가들을 추려서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는 시도가 될 것 같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초대박 전시가 하나 터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삼청동을 떠났던 갤러리들이 다시 좀 돌아왔으면 좋겠다. 듣고있나pkm, 아라리오갤러리… 좀 억지스럽고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강남과 강북 나눠지면 갤러리 돌아다니기 진짜 힘들다. 사실 강남은 거의 못간다. MOCA 서울관이 강남의 미술판을쏘옥 빨아먹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부자아줌마들은 차있고 시간되시니 강북오기 편하잖우~ 내 맘이 그래서인지 강남에서 철수하는 갤러리들이 슬슬 생겨나고 있다는 말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아무턴 요즘 말 많은 서울관의 개관전시가 졸속이라는 논쟁들에 대해서는 컨텐츠에 대한 기대는 차지하고 일단은 그곳에 미술관이 생긴 것 하나에 감사하자. 

개인적으로는 다짐은 항상 그랬듯이 보다 더 많은 갤러리와 미술책을 읽는 것이다. 앞서 아쉬웠던 점, 미처 실천에 옮기지 못했던 것들을 이행하는 것은 물론이다. 미술관련 수업을 좀 들어보고 싶다. 미술 강좌란 것이 대부분 오전에 하다보니 들을 기회가 당췌 오질 않는다. 누군가에게 배우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정히 그러지 못하면 미술대학교 실라버스라도 구해다가 배우는 시늉이라도 낼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