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트 페어의 대명사, 아트 바젤(Art Basel)이 2026년 2월, 중동 카타르 도하으로 진출한다. 아트 바젤 카타르(Art Basel Qatar, ABQ)는 단순한 지리적 확장을 넘어, 미술 시장에 중동이 확실한 큰 손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 아트 바젤이 카타르를 선택한 이유
아트 바젤이 카타르 도하를 다음 무대로 낙점한 데는 여러 전략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떠오르는 미술 시장: 중동, 특히 카타르는 최근 몇 년간 미술 시장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새로운 미술 애호가와 활발한 창작 산업이 이 지역의 잠재력을 높이고 있다. 유럽과 북미 등 기존 미술 시장의 매출이 감소세를 보임에 따라, 아트 딜러들은 새로운 시장 개척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방대한 화석 연료 매장량으로 축적된 막대한 부를 기반으로, 페르시아만 지역은 오랫동안 국제 미술 시장의 핵심 확장 시장으로 여겨져 왔다.
- 강력한 문화 인프라: 카타르는 세계적 수준의 박물관, 미술 기관, 축제 등 문화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이는 카타르가 문화 및 창조 산업을 미래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삼는 '국가 비전 2030'과도 일치한다.
- 공주님의 영향력?: 아트 바젤이 카타르를 선택한 데에는 이렇다하게 공식화되진 않았지만, 카타르 공주인 셰이카 알 마야사 빈트 하마드 빈 칼리파 알사니(Sheikha Al Mayassa Bint Hamad bin Khalifa Al Thani)의 영향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녀는 2006년부터 카타르의 야심 찬 문화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막대한 미술 컬렉션을 구축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Art Review
이름이 너무 길어 어떻게 불러야할지 헷갈리는 이 분은 해마다 영국의 아트리뷰가 발행하는 미술계 인사 100인(Power 100)에 항상 등재되는 영향력을 존재하는 인물이다. 카타르 왕족인 알 사니(Al Thani) 가문의 미술 컬렉션을 비롯하여 작은 도시국가인 카타르를 하나의 거대한 전시장으로 만드는데 핵심 브레인이다. 사실 카타르에 건축되고 있는 대부분의 박물관은 알 사니 컬렉션의 수장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그녀는 최근 1-20년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녀가 아트 바젤에서 구매한 금액만해도 천문학적이지 않을까?
카타르는 국립 박물관(2019년 개관), 올림픽 및 스포츠 박물관 '3-2-1'(2022년), 그리고 루사일 박물관(Lusail Museum)과 어린이 박물관 DADU(2025년/2029년 개관 예정) 등 문화 인프라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공주님이 계신다. - 장기적인 파트너십: 아트 바젤은 카타르의 관광문화공사인 QC+와 카타르스포츠인베스트먼트(QSI)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이 지역에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입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QSI는 파리 생제르맹 축구팀과 워싱턴 위저즈 NBA 팀의 일부를 소유하고 있다.
2. 아트 바젤 카타르의 특별한 점
아트 바젤 카타르는 기존 아트 페어와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 파격적인 형식: 첫 ABQ 에디션은 전통적인 페어 형식을 벗어나 각 갤러리가 예술 감독이 선정한 큐레토리얼 테마인 "비커밍(Becoming)"에 맞춰 약 33제곱미터 규모의 스탠드에 솔로 아티스트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인다. 이 형식은 아트 바젤의 '언리미티드(Unlimited)' 섹션과 유사하며, 리야드 아트 위크의 초기 형식과도 비슷하다.
- 초기 규모 및 성장 목표: ABQ는 초기에 "약 50개"의 갤러리로 시작할 예정이며, 이는 다른 아트 바젤 페어(바젤 289개, 마이애미 289개, 파리 203개, 홍콩 240개)에 비해 작은 규모이다. 하지만 QC+가 행사가 열리는 M7에 더 많은 공간을 할애하면서 참가 갤러리 수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3. 예술 감독 와엘 샤우키(Wael Shawky) 선정 배경 및 설명
이번 아트 바젤 카타르의 첫 에디션을 이끌어갈 예술 감독으로 이집트 출신이자 카타르 도하에 근거를 두고 있는 예술가 와엘 샤우키(Wael Shawky)를 선정했다. 지금까지 아트 바젤은 갤러리스트나 큐레이터를 위주로 디렉터를 꾸렸는데 예술가를 디렉터로 최초로 임명한 것이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라는 말은, 이들이 이윤에 따라 움직이는 곳이라는 말일텐데, 비엔날레의 아성에 도전을 하는 것일까?
- 파격적인 선택: 아트 바젤은 이번 결정을 "예상 밖의 움직임(left-field move)"이라고 불렀으며, 샤우키 본인 또한 자신을 "비전통적인 선택(unconventional choice)"이라고 표현했다.
- 명성: 샤우키는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이집트 파빌리온을 통해 폭넓은 비평적 찬사를 받은,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이집트 대표로 참가하여 그의 영화 '드라마 1882(Drama 1882)'는 당시 가장 많은 대기줄을 자랑한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는 최근 테이트 모던(2022년),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2016년), MoMA PS1(2015년)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현재 프랑스 LUMA Arles, 에든버러의 Talbot Rice Gallery, 과천 국립현대미술관(MMCA Gwacheon)에서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 올해 그는 유독 한국을 많이 찾았다. 2025. 2월에는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도 개인전을 가졌다.
4. 그 외 주목할 만한 내용
- 개최 장소 및 날짜: 아트 바젤 카타르는 2026년 2월 5일부터 7일까지 도하의 M7과 도하 디자인 디스트릭트에서 개최된다. 영국의 유수한 설계사인 존 맥아슬란 + 파트너스(John McAslan + Partners)가 설계한 M7은 우리나라의 DDP와 같은 위치를 점하며, 도하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 새로운 컬렉터 기반: 갤러리 '더 서드 라인(The Third Line)'의 써니 라바르는 카타르와 지역이 지난 18년간 엄청나게 성장했으며, 과거에는 없었던 컬렉터 기반이 형성되었다고 말한다. 파인 아트 그룹의 필립 호프만은 ABQ가 사우디아라비아, 두바이, 아프리카 등 인근 지역의 컬렉터들을 끌어모을 것이며, 카타르 자체에도 30~40 가구의 부유한 현지 가문이 중요한 구매자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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