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저자들의 미술투자에 관한 책은 제목만 보더라도 주로 미술흐름에 대한 분석, 그것도 대표작가 몇 명만을 열거하는 식의 무딘 경향 분석과 함께 미술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 없이 ‘무조건 눈을 키워서 낮을 때 사고 비쌀 때 사라‘라는 것 같아서 선뜻 손이 가지 않을게 사실이다. 그리고 저자들 또한 전문 미술 투자업에 종사한다기 보다는 언론계 등 미술투자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분이 많다. 그러던 중 마침 galleryinfo의 이벤트에 ’세계적인 아트딜러‘ 론데이비스가 미술투자노하우를 냈다기에 다른 나라 사람은 어떤 내용일까라는 생각으로 신청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존에 나온 국내미술투자서적에 비해 훨씬 ‘투자’행위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마치 전자제품 설명서를 읽는 것 같다고나 할까. 미술품 소장 단계라고 할 수 있는 ‘관심-가치판단-감식-리서치-데이터수집-구매-판매‘ 전 단계에 걸쳐 세심한 투자를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해준다.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재미있는 것은 흔히 우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구매-판매 단계는 맨 마지막 9, 10장에 각각 1장씩으로만 다루어지고 나머지는 8장 모두는 구매 전 단계 지침이다. 그만큼 구매 전 데이터 수집과 노하우에 대해 저자가 무게를 두고 있다.
1장부터 4장을 통해 저자는 미술품의 가치에 대해 말하고 있다. 먼저 미술을 돈을 벌기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완전히 여기에 몰입하라고 말한다. 미술품을 많이 보고 감식안을 키우라고 얘기한다. 이 말은 모든 책에 인용되는 단골문장이지만 책의 저자는 눈을 어떻게 키워야하는지 1장부터 8장까지 걸쳐 자세하게 방법을 알려준다. 또 미술투자의 성공은 ‘25/25/50법칙‘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미술투자의 성공의 25%는 지식, 25%는 기술, 나머지 50%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 기술이란 우수한 미술품을 평가하고 조사하고 감정하고 사고파는 모든 행위를 통칭하는 말이다. 단지 기술을 가지라고만 말하지 않고 무슨 기술을 어떻게, 무엇을 공부해야하는지 예를 들어 ’핵심커리큘럼(89페이지) ‘ 같이 전문아트딜러가 되기 위한 필수 체크리스트나 전 세계 미술관련 데이터베이스의 주소를 링크해주는 등 본인의 체험과 노하우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독자는 4장까지 읽고 미술품의 가치와 그것을 볼줄아는 눈의 중요성을 공감한 후에 5장부터 8장까지 본격적으로 발로 뛰며 미술품 구매를 위한 데이터 수집을 할 준비를 해야 한다. 5장 실물확인과 조사는 캔버스, 물감 등 미술작품(주로 회화) 외관을 구성하는 요소들(작가는 이것들을 통칭해 ‘기저재‘라고 한다)에 대한 감식안을 키우는 법을 알려준다. 똑같은 컨버스도 밀보드지, 아카데미보드지 등등 이렇게 종류가 많은지는 처음 알았다. 아무래도 저자가 고미술품 전문딜러이다 보니 외형과 보존 상태에 각별한 신경을 쓴 것 같다.
6장에서는 ‘자료조사와 감정-출판물과 카탈로그’에서는 작품의 소장이력, 경매이력, 작가의 전기 자료 등 미술품 외적인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장을 통해 한 작품을 구매하기위해서 작가의 전 생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임을 알 수 있다.
7장 ‘ 자료조사와 감정-인터넷 검색’은 인터넷 서치엔진을 통한 정보수집 방법을 알려준다. 구글, artnet, 각 대학 미술관 사이트, askart.com 등 수십 개의 유/무료 미술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고 검색엔진에서는 어떤 정보를 찾을 수 있는지 자세한 검색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해준다.
8장 ‘작품의 이력, 사전조사, 위작, 카탈로그 레조네’에서는 위작과 소유권 분쟁 등의 리스크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비록 위 사항은 전문가의 영역이기 때문에 독자는 이것들의 중요성을 알고 이 정보들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지 방법을 숙지하고 있으라고 한다.
이제 사전작업은 마쳤고 본격적으로 구매를 할 차례이다. 저자는 9장 ‘ 미술품구매방법’에서 다양한 방법을 소개해준다. 먼저 구매 전략과 기준을 세운 후 자신의 전략에 따라 다음 종류의 딜러를 찾아간다. 노커knocker, 피커picker, 딜러, 화랑, 골동품점, 길거리, 업계 소식지, 경매 등 듣기에도 생소한 많은 판매경로를 소개하고 각각에 따른 행동 지침을 제공해준다. 흥정할 때 어떤 표현을 사용해야하는지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다.
마지막으로 미술품 구매 후 재판매하는 시점을 다룬다. 10장 ‘미술품판매방법’에서는 미술품을 되파는 행위가 주는 다섯 가지 경우를 가정하고 기업, 개인컬렉터, 미술관, 기증, 화랑위탁, 경매 등 다양한 판매경로를 알려준다. 마지막 부록에는 서양미술사, 미국주요 경매사, 주요용어등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친절하게 해주면서 책을 마친다.
책을 읽으면서 미술투자도 하나의 ‘art’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교하고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분야라는 것을 느꼈다. 아울러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나 우리에게는 생소한 미술관련 직업들도 외국에는 많은 것을 보며 과연 우리와는 비교 할 수 없이 넓은 시장이 부럽기도 했다. 한편 이 책에서 다루는 미술작품이 16세기나 1850년에서 1910년까지의 작품에 한정시키다 보니 미술 감정에 있어서 작품 상태나 진위여부판정에 초점이 맞춰져있어 동시대미술에 관심이 많은 내게는 복원, 위작 등등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미술품 하나를 위해 작게는 소장 작가의 연보나 재료에 대한 데이터에서부터 크게는 세계미술사의 흐름까지 미술 딜링이라는 특정 직업을 위한 것만이 아닌 미술 감상에 바람직한 모범사례를 보는듯했다. 또 미술 컬렉팅에 있어서 미술품을 소장하기 위한 데이터와 인간관계에 대한 자세를 어떻게 가져야하는지에 대해서는 훌륭한 지침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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