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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전시] 두산아트센터 - The Next Generation





두산아트센터의 The Next Generation전은 매우 감칠맛이 났다. 선정된 작가들의 작품 단 한점씩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정지현의 드로잉이 인상 깊었다. 템스강가에 앉아 일정기간동안 매일같이 물결을 그린 드로잉 수십개를 가지런히 배열해 놓은 작업이었다. 

두산아트센터

멀리서보면 얇은 선들이 뭉쳐 하나의 희미한 검은 덩어리로 보이지만 가까이 가보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물결이 활기차게 춤추고 있다. 어떤날은 잔잔하게, 또 어떤날은 격렬한 그 흐름을 보고 있으면 살다보며 느끼는 갖은 세밀한 감정들을 보는 듯했다. 

A4용지만한 드로잉 수십개에서 이렇게 한 인생을 만나다니 신기했다. 물론 작가는 템즈강을 지나는 배의 속도와 날씨를 기록해서 도록 맨 뒤에 수록했다. 군대에서 하는일이 이거였단다. 배의 운항정보를 기록하는 일(자세히 어떤 일인지는 모른다). 

네오룩

군복무중에 했던 일은 제대해서 왜 반복하는가라는 물음이 나왔다. 암울한 기억은 아니지만 구지 그것을 민간인의 삶에서 복기하고 싶지는 않은 개인적인 생각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년간의 체험은 싫던 좋던 몸과 마음에 깊숙히 박히게 된다는 점을 다시한번 상기하게 되었다. 

그리고 작가에게는 군대에서 그 기록하던 순간이 행복했던, 다시끄집어 내고 싶은 경험하고 싶은 기억일지도 모르겠다. 기록하는 그 순간에는 사방이 조용하고 평안한, 작가에게만 주어진 시간이 아니었을까. 

*작가의 도록을 구입했다. 500부 한정 제작이라고 하는데 한부 내가 가지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정지현 작가의 최근 전시정보설치를 주로하는 작가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