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의 진학으로 인천에서 서울로 이사왔던 중1~2년이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두웠던 시기였다. 집을 구하는 기간동안 머물기 위해 얻어논 그 곳은 상가 1층에 위치한 비정형 구조의 가게였다. 가게에 딸린 작은 방에서 숙식을 하고 씻은 물을 버릴데가 없어서 샷다를 내리고 물을 내버리는게 그렇게 부끄러울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한 3-4년 전인가 건축잡지에서 한 주택이 소개되었는데 그렇게 이뻐보일 수 없었다. 어라, 주소를 보니 우리가 있었던 그 부지에 새로 건물이 들어온 것이었다. 반갑기도 하고 그때 생각이 나기도 하고 그랬다. 이 건물을 보면 그때 기억이 짙은 회색빛에서 훠얼씬 밝은 회색으로 뿌얘진다. 아주 지울수는 없겠지만 이 건물이 내 상처?를 치유해주는 것같다.
페이스북에서 구독하고 있는 인테리어, 건축 웹진인 Homify(링크)에서 최근에 또 한 건물을 소개했는데 눈에 띄었다. 홈페이지를 가보니 같은 사무소였다. 설계사무소 이름은 OBBA(링크)다. 최근 젊은 건축스튜디오 중에 시각예술 영역까지 활동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이런 설계사와 내 집을 지으면 얼마나 좋을까. 새로이사온 집에서 아내가 이런저런 레이아웃 바꾼다고 작은 소품을 하나 고르는 것도 즐거워하며 고르는 모습을 보면 내 집을 짓는 과정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So-il(링크)과 OBBA와 같은 좋은 설계사에 견적상담을 받으러 가는 날을 꿈꿔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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