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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전시] MMCA 현대차 시리즈 2018: 최정화–꽃,숲

회사에서 구정 전날이라고 기적같이 일찍 끝내줬다. 끝내줬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무작정 갤러리가 있는 삼청동으로 걸어갔다. 갤러리 구경만을 위해 삼청동에 걸어간게 몇년만인가 싶었다. 오늘 코스는 국립현대-아트선재-현대디자인뮤지엄으로 잡았다. 

이런저런 재밌는 구경을 알차게 한 투어였는데 그 별미는 최정화의 전시(링크)였다.  단연코 끝장났다. 

전시장 들어가면 맞딱뜨리는 장면이다. 처음에는 뭔가 싶다

최정화 작가의 작업을 단독전으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플라스틱 바구니와 자질구레한 돌멩이, 그릇과 같이 사실 눈에 치이지도 않는 하찮은 소품을 차곡차곡 쌓아올려 탑을 만들어 전시한 작업들을 한눈에 보고 있으니 이게 바로 스펙타클이구나 싶었다. 

스펙타클이란 것이 꼭 무지막지하게 압도하는 크기가 아니어도 같다가 붙일 수 있는 말이었다. 모르겠다. 왜 꼭 그 단어가 생각났는지는 정말 나도 모르겠었는데 영상에서 단어가 머리를 감싸고 마구 돌아가는 것처럼 그 말이 떠올랐다. 

수집광적 특성과 반복적으로 쌓아올리는 표현방식이 저렇게 집요하게 계속되니깐 또 감동적이다. 그게 이상하게 끌리는게 신기하다. 

별거별거를 다 붙인다.

최정화의 전시는 단순한 동선이지만 정교하게 고안된 것이었다. 개별 작업을 생각없이 늘어논것 같지만, 하나하나씩 뜯어볼때와 한발짝 떨어져서 전체를 조망할때의 느낌이 전혀 달랐다. 

이게 진짜 머리를 돌리는 거구나 싶었다. 요즘 전시를 보면 선뜻 공감가지 않는 동선을 만들어 놓고 내게 전시의 의도를 주입하려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 전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쌓아올리는 오타쿠적 습성이 점차 진화하는 것같아 보인다

그냥 작업들을 거닐면서 자연스럽게 작가가 하려는 말을 흡수하는 듯했다. 그 말이 무슨말을 하려는지는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마음으로 탁 느껴졌다. 

전시가 끝나고 나오면서 상영되는 최정화 작가의 인터뷰 영상을 보면 최 작가는 버려지는 물건을 다시 살려 생명을 불어 넣는다는 내용의 멘트를 날렸는데 그 말이 공감이 되었다.

반전의 장면을 연출한다. 아무의미없어 보이는 작업들이 그림자로 비칠때 또 다른 쇼를 보여준다

p.s. 1. 최정화 작가의 인터뷰 풀영상(링크). 전시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자료. 
        하필 인터뷰이가 키가 껑충한 모델이라는게 안습(키차이 ㅠ). 인터뷰를 보면 나름 
        예능끼도 다분히 있어보인다. 무진장 흥있게 사시는 분같아 보인다. 

     2. 현대자동차는 왜이렇게 멋있는건가? 진짜 오너가 누군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