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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Ways of Curating | 한스울리히 오브리스트 지음 | 아트북프레스 출판

출처 : 알라딘

요즘 미술판에서 큐레이터의 위치는 어느정도인지 궁금했다. 사실 의미가 없는 말일 수도 있다.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접근에 대한 장벽이 거의 무너진 지금, 서로가 쏟아지는 작업들을 재배열하는데 짱이라고 발벗고 나서는 것 같이 보이고 (미술관의) 큐레이터는 왠지 느려보인다.

이 책("Ways of Curating :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의 큐레이터 되기")을 보고 나니 큐레이터는 느려보여서 뒤처지는 게 아니라 작업 자체가 느린 직종이구나 싶었다. 큐레이터라는 직종이 거대한 줄기도 봐야하고, 나뭇잎새와 심지어 잎사귀에 그려진 눈금까지 봐야하는 이야기꾼이 되려면 찾아볼 일도 많고 만나야할 사람도, 찾아봐야할 자료도 많기에 전시 준비에 들이는 시간이 많을 것이다.

다른 큐레이터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오브라이터(Hans Ulrich Obrist)는 작가와의 대화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그는 이 대화를 통해 작업의 가능성과 해석의 여지를 발견한다. 아마 아티스트 본인도 모르는 영역일 것이다.

그렇게 발견한 가능성으로 전시나 프로젝트의 토대를 세우고 추가 조사와 (또다른) 대화를 통해 작가를 배치하며 전시를 다듬어 나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작업일기와 어릴적 추억을 상기하는 회고가 적절히 섞여있어 (좋은 의미로) '라떼는 말이야' 느낌으로 꽤 쉽게 읽혔다. 관심있는 작가와의 대화를 앞둔 오브리스트의 직업적, 인간적 희열이 그대로 전해졌다

아티스트와의 대화를 어찌그리 좋아했는지 저자는 69명과의 아티스트와의 인터뷰를 Interview Project라고 이름짓고 책을 2권이나 발표했다. 상세한 버전도 있다. 상세 내용을 작가별로 Conversation Series라는 단행본으로 출간했다(링크). 책으로 나온게 저정도이니 실제 썰을 푼건 얼마나 많을까? 쉬지않고 질문하고 답하고 전시하고 책으로 엮어 내고, 한 사람이 할수 있는 일이 이렇게 많다니 놀라울 뿐이다.

* 오브리스트의 원서는 아쉽게도 한국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성균관대나 국민대 대학도서관에서 발견하긴 했지만 빌릴수 없다는게 흠. 일반인은 해당 구 거주민 대상으로 연30만원을 내야 빌릴수 있다. (링크)

* 이 책을 낸 아트북프레스는 큐레이터이자 비평가가 설립한 출판사로 출간 당시 관련 세미나와 전시를 했다(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