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꾸준히 많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봤다. 올해에도 독서는 계속될 것이다. 얼마전에 팔로우하는 블로거가 책을 왜 읽는지 스스로 자문자답하는 글을 봤다. 결론은 머 그냥 자기가 좋아서 읽는 걸로 났다. 나 역시 동감한다.
책을 통한 지적 만족, 살아있는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책을 읽기 위해 내 스스로를 정돈하고 그 분위기 속에 들어가는 것도 좋아하며, 하다못해 책장을 넘길때 뒤적일때 무언가 찾아보는 데서 오는 스릴을 즐기기도 한다. 단순히 읽고 섭취하는 것 이상의 복잡한 유흥거리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물건으로서 책을 좋아하기도 한다. 책은 훌륭한 인테리어 도구이기도 하다. 나 역시 이사온 집에 죽어가는 공간을 책으로 살리는 경험을 했다. 적은 수납공간에서 오는 문제도 해결했다. 방출위기의 책을 구한 셈이다. 퇴출대상 1호로서 호시탐탐 내 책들을 주시하고 있던 아내로부터 책을 살려냈다.
물건으로서 책의 묘미는 디자인을 찬찬히 뜯어보는 것이다. 우선 전체적인 호감도를 살펴보고 책등과 날개, 책표지와 종이질, 폰트와 편집 디자인, 각주나 괄호, 그림은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하나씩 들여다 보는 식으로 책을 즐긴다. 미술이나 건축이나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주는 거는 다 마찬가지 같다. 보는게 비슷하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의 서울국제도서전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공모’에서 수상작 10권을 선정했다. 이런 것도 있었는지는 처음 알았다. 매우 반갑다. 요즘들어 우리나라 책디자인이 최근 몇년 사이에 갑자기 훅 치고 올라가는 느낌이다. 최근 외서를 빌렸는데 여실히 느꼈다. 역시 양놈들은 난놈이라 보이는 것보다 내용이 중요해서 책표지따윈 신경을 안쓰는건가?
여하간 선정된 10권의 책을 하나하나 봤다. 말해 무엇하랴, 다들 아름답다. 책 디자인때문에 꼽아놓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2020년의 북커버도 같이 찾아봤는데 우리 책이 보다 참신하고 다채로우며 때로는 공격적이다.
미국은 확실히 straighforward하다. 단도직입적으로 책을 전면에 내세우며 디자인은 어디까지나 배경에 그친다. 미국 책들은 보다 제목과 저자이름을 꾸미는 그래픽으로서 역할에 촛점을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경우는 단순한 데코레이션을 넘어서 책의 컨텐츠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디자인이 책의 일부로서 자리하고 있다. 보다 전체적인 아우름을 추구하는 듯하고 디자이너에게 해석의 전권을 부여한 듯하다. 국뽕인가 싶어서 미국의 다른 북커버 선정결과도 찾아봤는데 미국의 스타일이 그대로 나와있다.
선정된 출판사를 보니 그러면 그렇지하는 곳이 많았다. 미디어버스, 이안북스, 워크룸 프레스, 6699press, 안그라픽스, 민음사 등 디자인에 일가견이 있는 부띠끄 출판사부터 대형출판사까지 모아놨다. 심사위원 역시 슬기와 민, 워크룸 프레스 편집장, 헤적프레스 대표같이 시각디자인 판에서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다. 디자인에 문외한인 나도 몇번 이들의 이름과 책을 접했으니 그쪽 세계에서는 꽤 알려진 사람은 확실하다.
최근에 볼게 없었는데 책 커버보면서 행복한 시간 실컷 보냈다. 디자이너 한사람씩 찾아보면서 이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려고 한다.
* 프로파간다에서 발간하는 디자인 잡지인 Graphic지가 2013년 펴낸 우리나라 책디자인 특집도 재미있다.
* 10권을 선정한 심사평을 보면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책을 대하는지 잘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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