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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음악

[드러머] 강수호. 뭐라 설명할 길이없는...

유투브 캡쳐(https://images.app.goo.gl/qsPc1NiytbgjjBho8)

우리나라 드럼 플레이어를 보면 장벽깨기의 쾌감이 있다. 몇년 전만해도 넘지 못할 것같은 해외 연주자들의 느낌을 하나 둘씩 정복해가는 모양새다. 모든 악기가 그렇지만 드럼은 타고난 피지컬이 음과 톤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그런지 확실히 체격의 다름에서 오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했다. 그런 이격감은 이제는 낯선 말이 되어가는 듯하다. 

백인 드러머 특유의 둠칫둠칫 하는 펑키 그루브는 이제 실음과 전공생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탑재하는 듯하다. 너무나 다 둠칫해서 이제는 식상할 정도다.  흑인 드러머의 땜핑과 스피드, 후두룩후두룩 몰아치는 다이내믹 역시 구사하는 드러머가 꽤 보인다. 피지컬의 영역 많이 극복을 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여전히 레벨차이가 보이는 것은 라이브 세션 플레이이다.  세션플레이를 아직도 백그라운드 음악이라 생각하는 프로듀서나 엔지니어의 편향성 때문인지, 아니면 유독 프론트 맨만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팬들의 기호 때문인지 몰라도 아직까지는 세션 연주가 앞으로 확 치고 나오는 모습을 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도 SNL 라이브 같은 주옥같은 세션 라이브를 보고 싶다. 우리나라도 보면 TV방송에서 많은 라이브 세션을 경험할 수 있다. "나는 가수다", "복면가왕", "불후의 명곡" 등등(열린음악회도 있었네...) 등등 생각해보면 라이브밴드가 등장하는 쇼가 생각보다 많음을 알수 있다. 그러나 연주가 잘 들리지는 않는다. 그건 위에 말한 제작자들의 성향과 기호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단 연주자체에서 오는 흥미가 떨어져서 그럴때가 많다. 

그 중에서 가장 재밌게 듣고 있는 라이브 세션은 "나는 가수다"이다. 이때는 가수들과 더불어 편곡자의 스타성이 제대로 부각된 쇼가 아닐까 한다. 민간인이 겨루는 다른 오디션 경연과 달리 대형급 팝스타들을 출동시킨 최초의 프로그램이었다. 그 경쟁에서 오는 텐션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고, 가창력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가수들은 세련된 편곡으로 최정상급 편곡자를 앞세운 승부수를 띄웠다.  연주에 관심있는 우리같은 리스너들에게는 복에 겨운 잔치가 열린 셈이다. 

물론 정상급 편곡을 소화할만한 정상급 연주자 역시 필요했을테고, 그 중에 드럼은 강수호였다. 강수호 드러머는 2000년대 초중반 드럼 커뮤니티를 들끓인 존 로빈슨과의 드럼배틀로 처음 접했었고 그 이후 세션 드러머의 대명사처럼 불리우던 이름이라 그런지 오히려 쫓아 듣게 되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인 플레이를 좀 벗어나고 싶어서(얼마안되는 단어가지고 계속해서 돌려쓰는 느낌?), 라이브 세션을 카피하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예전에 즐겨봤던 나는 가수다를 찾게 되었다. 거기에 강수호 드러머가 연주를 했다. 

카피를 하기에는 버거워서 모든 곡을 전부 따라하지는 않고 감동 깊게 들은 몇 곡만을 틀어놓고 시늉만 내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강수호 드러머가 장치해놓은 리듬과 필인, 아이디어에 감탄이 나온다.  그것은 마치 잘만들어진 제품을 사용할 때 느껴지는 쾌감과 비슷한데, 애플이나 킨들에서 주로 나는 이런 느낌을 받는다. 사용자가 원하는 목적을 이룰수 있을 뿐 아니라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만들어진 제품 앞에서의 감탄과 비슷하다.  한낱 제품인데 내가 배려받고 있다는 느낌, 내가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게 만든다. 강 드러머의 드럼과 언급한 제품들은 웰메이드에서 그치지 않고 감성을 건드리고 있다. 

그런게 가장 최첨단의 상업제품 아닐까? 명품과는 다르다. 명품은 브랜드의 마이웨이에 소비자가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면, 최첨단의 상업제품은 소비자가 그 제품을 쓸 수밖에 없는 무언가를 제공한다. 강수호의 드러밍이 사실 그렇다. 어디에 같다가 붙여놔도 어느 플레이어앞에 데리고 가도 그 플레이어의 의도를 가장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일단 톤을 보면(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다), 무색무취 같아 보이지만 계속 듣다보면 그 톤은 무수한 실험과 검증을 거쳐 만들어진 일정한 절대값이다. 강수호 드러머의 시그니쳐 톤은 닫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오픈해서 치는 것도 아닌 그 어중간한 밸런스 철저히 유지하는 하이햇 그루브에 있다. 그 파장은 선이 굻지도 얇지도 않게 딱 적당히 세팅되어 있어서 튀지 않으면서도 노래가 주는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 하이햇 톤은 흑인음악이나 퓨전재즈에서 완전 닫고 치는 땡글한 클로즈드 하이햇 플레이가 0이라고 하고, 락 음악에서 열고 치는 오픈 하이햇을 10이라고 하면 3이나 4정도로 말 할 수 있겠다.  그 찰찰거림이 적당한 텐션을 유지하는 핵심으로 작용한다. 대부분의 나는 가수다의 곡에서 벌스 부분에서 이 톤이 등장한다. (내게는 옥구슬이 굴러가는 소리로 들린다. 먹어본적은 없지만 최고급 한식맛집에서 먹는 기본반찬처럼 들린다. 반찬만 먹어도 감탄이 나오는 그런...). 

그 찰찰거림이 신기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하이햇이 끊어지게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히 스트로크를 한번하고 두번째 스트로크까지는 그 파장이 끊어지거나 약해질텐데 서스테인이 이어진다.  강수호 드러머의 플레이를 보면 하이햇을 스틱 중간 몸통으로 때리는데 어떤 최적의 타점을 찾은 듯하다. 그건 정말 맛집 떡볶이의 고추장 레시피와 같다. 그만이 찾은 어떤 절대값이다. 그건 본인의 피지컬과 스틱, 그리고 하이햇 세팅값과 브랜드, 높이 등등 모든 것을 고려하여서 발견했거나 찾아낸 무언가이다. 그러니깐 같은 조건에서 다른 드러머가 쳐도 절대 똑같이 들리지 않을 것이다. 

쓰다보니깐 생각보다 할말이 이어지는 듯한데 오늘은 여기까지 할련다. 나는 가수다를 제외하고 강수호 드러머가 연주한 다른 곡들을 좀더 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