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음악

[드러머] 강수호(2)

리듬스토어 워크샵 강좌 캡쳐

강수호 드러머의 영상을 유튜브로 찾아보면 많은 영상이 드럼 사운드에 대한 내용이 많다. 최근에 리듬스토어에서 전체를 공개한 강수호 드러머의 유투브 라이브 워크샵을 봐도 알 수 있다. 이 영상은 강수호 드러머가 연주와 녹음에 임하는 태도의 핵심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집요함. 분야를 불문하고 정상의 위치에 오른 자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볼수 있는 덕목인 듯하다.

한편으로는 강수호 드러머의 오타쿠적인 소리공학 장인 면이 많이 부각되다 보니 미국 라이브 세션에서 보여주는 우아함과 세련미가 평가절하되면 어쩔까하는 마음도 든다. 우리나라는 소리의 톤과 센스보다는 테크닉적인 요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강수호 드러머의 그러한 장점만을 취할 요량도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의 연주는 확실히 그 자체만으로 독보적이다. 그 독보성이 흔히 우리가 열광하는 독창성에 있지 않기 때문에 발견하기 어려울 뿐이다. 확실히 들으면 들을수록 그 맛이 기가 막힌다. 유명한 라이브 실황을 처음에는 가수따라 보다가 들으면서 점차 세션의 연주에 몰입하게 되는 순서와 같다. 강수호 드러머의 연주가 바로 그렇다. 파고들어가면 갈수록 그 장치의 섬세함에 감탄하게 된다. 

그 백미가 '나는 가수다' 시리즈로, 10년이 다되어가는 라이브 쇼이지만 지금 들어도 이거 보다 세련된 라이브 세션 플레이는 보지 못했다. 물론 센터에는 강수호 드러머가 위치한다. 신기한 점은 노래마다 공간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어떤 곡에서는 별빛 쏟아지는 한강 고수부지에서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또 다른 곡에서는 여의도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한강을 바라보기도 한다. 공통적으로 구지 장르를 따지자면 시티팝 계열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감성인데, 그걸 라이브로 구현한다는 점이 나에게는 감상 포인트이다. 

시티팝이 음반에서는 세련되게 들려도 라이브에서 잘못하면 촌시럽게 들릴때가 많다. 더군다나 연주에 정성을 상대적으로 덜 쏟는 공중파에서 그런 맛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가 관건인데, 김연우의 '나와 같다면', '얼마나 아름다운지', 조규찬의 '이 밤이 지나면' 등을 들으면 미국 라이브쇼에 가있는 것 같다. 머라이어 캐리와 베이비페이스의 MTV언플러그드에서 보여주는 리키 로슨(Ricky Lawson)의 플레이를 한국에서도 들을수 있다니 넘 행복하다. 

어떻게 이런 맛을 살릴까는 설명을 하지 못하겠다. 단 하나 그의 독보성은 필인과 리듬, 섹션이 모두 과하지 않으면서도 평이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며 곡이 그리는 그림의 톤을 절묘하게 전환해주는 이펙터 효과를 준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백미가 박정현의 '미아'라는 곡인데, 첫 verse 마치고 두번째 verse 들어갈때 분위기가 전환되는데 그때 하이햇이 갑자기 커지면서 한박자짜리 필인이라고 하기에는 약하다고 할수 있는 프레이즈(칫칫뚱)를 치는데 이게 곡에 대한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킨다. 손맛이 장난없다. 

대박 필인은 두번째 verse 끝나고 chorus로 넘어가려는 부분, 가사로는 "낄(길)은 어디에~"에 나온다. 그게 근데 좀 필인이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하다. 아예 필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치지 않음으로서 박정현이 시원하게 내지르는 클라이맥스에 힘이 역설적으로 더 실어주고 있다.  최고조의 순간에서 숨을 꿀떡 삼키는게 드러머로서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있기에, 그 순간 자신은 완전히 빠지면서 스포트라이트를 가수에게만 몰아주는 그 장치가 정말 멋이있다. 이게 퀄리티의 차이, 드러머이기 전에 뮤지션의 급의 차이라고 보였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최정상급의 세션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때로는 최정상급 연주자라도 드럼 그루브에 매몰되어 플레이가 도드라지게 들릴 때가 종종있다. 솔로 플레이가 아닌 세션, 밴드 공연에서 드러머가 전면에 나오는 건 사실 좀 모양새가 어색하게 들린다. 물론 밴드라도 드럼이 프론트맨으로 역할하는 곡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루브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전체적으로 곡을 조율하고 톤을 조정하는 능력, 드라이브를 걸고 빠지는 타이밍 등등이 강수호 드러머의 연주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다. 

#강수호드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