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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사진가] 오형근, 당대의 포트레이트를 찍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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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가장 큰 힘은 현실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라고 생각합니다.  한 장의 사진이 가지는 묘사로 우리는 추억을 더 쉽게 되살리기도 하고 전쟁과 같은 현장의 생생함을 공감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사진의 묘사력은 인물을 표현하는 포트레이트 사진과 보는 사람을 현장 속으로 참여하게 하는 다큐멘터리사진에서 돋보이는 자질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요즘 사진에서 '묘사'해놓은 사진은 그렇게 찾아 볼수 없습니다.

이미지의 변형이 주를 이루는 사진이 워낙 많기 때문에 차라리 그래픽 아티스트라고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포트레이트 형식을 차용한 사진은 많이 보이지만 결코 그것은 피사체에 대한 묘사라기 보다는 인간자체에 대한 작가의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 사진인 경우가 많아 보이고, 다큐멘터리의 경우 갤러리에서 더더욱 보기 힘들어 순수예술사진과 다큐멘터리의 영역이 완전히 분리되었음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사회가 이렇게 돌아간다라는 문제 제기하는 모든 표현수단 혹은 방식으로, 포트레이트 사진은 사람이 이미지 속에서 양적으로나 의미적으로나 중심을 차지하는 사진이라고  멋대로 정의한다고 하면 오형근은 다큐멘터리적으로 포트레이트를 당대의 사진흐름으로 담아내는 사진가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에는 몇몇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많이 없는 김상길의 offline시리즈와 김옥선, 그리고 사진은 아니지만 박찬경과 김민욱과 같이 한국의 현상에 대한 탁월한 묘사와 신선한 시각으로 표현한 작가들은 있지만, 오형근의 사진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오형근의 사진은 소품이나 장소배경의 도움 없이 민무늬 배경 앞에 인물 하나를 세워놓는 것만으로 그 모든 것을 표현하고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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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오형근은 80년대부터 꾸준히 아이콘을 만들어오는 사진작업을 해오며 왔습니다.  그의 관심은 배우, 이태원에서 살거나 장사하는 사람들, 아줌마, 여고생, 그리고 소녀까지 다양하며 이들을 주제로 사진작업을 해왔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인물군 선택 범위가 변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줌마시리즈부터 크게 변합니다.  배우나 이태원 시리즈처럼 피사체의 장소배경이나 직업으로 이미 인물에 대한 정형화가 이뤄지는 것을 탈피해서 아줌마, 여고생, 소녀 시리즈에서 알수 있듯이 인물군 선택 기준을 단순한 나이대로 훨씬 넓힙니다.  선택범주가 나이대로 쉬워진 만큼 아이콘화 될수 있는 이미지는 훨씬 다양하며 이제부터 오형근의 시각이 훨씬 비중을 많이 차지하게 됩니다. 

오형근의 대표작을 아줌마시리즈로 보는 사람이 많은 것은 아마도 그의 시각이 이미지 전면에 드러났기 때문일 겁니다. 배우나 이태원이 주는 장소적 직업적인 이미지가 차려주는 밥상에 사진기만 들이대기만 했던 오형근이 이제는 아줌마나 소녀라는 재료만을 가지고 밥상 차리기를 시작하는 거지요. 

오형근은 자신의 작업에 대한 정체성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한국의 인물유형을 찍어서 보여주는 사진가에요. 각 유형들에 속하는 사람들을 한 명이 아니라 여럿 보여주게 되면 그들이 갖고 있는 불안감, 욕망, 문제점들이 보일거라고 생각해요.  제 사진이 사회가 가진 문제점들에 대해 제시 할수 있는 '통로'가 되었으면 해요"<월간 포토넷 09년 1월, p7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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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오형근의 이번 작업에서 흥미있는 것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미완성한 상태인 사진속 소녀들에게 느껴지는 묘한 긴장감을 현실적으로 잡아냈다는 겁니다.  흔히 길거리에서 제 딴에는 꾸민다고 꾸민 학생들을 볼 때마다 그 어설픔에 '쳇'하는 콧방귀 뀌는 느낌과 한편으로는 결코 저들처럼 하고 싶지 않지만 그들이 가진 파릇파릇한 가능성과 어림에 대한 부러움 등등 화장한 소녀들을 보며 한순간 스치고 지나가는 복잡한 느낌을 오형근의 사진을 통해 느낄수 있었습니다.  그 느낌은 사진이라고 더 과장되거나 축소되지 않은 그야말로 내 앞에 저 소녀들이 직접 서있는 듯한 것이었습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감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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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쉣~이건아니잖아 :)

실제사람 크기로 크게 확대한 여중고생들의 화장은 들쭉날쭉입니다.  화장이 뜨는 정도가 아니라 공중부양하려는 파우더가루를 얼굴의 솜털이 간신히 붙잡는 것같은 그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어설픔에 대한 실소보다는 연민까지 들 정도입니다.  오형근은  정말 어떻게 하면 이런 색깔의 립스틱을 어쩜 이런 모양으로 쳐발랐을까 남자인 내가봐도 이해안갈수있도록, 도대체 화장이 뭐길래 왜 이들이 이렇게 하고 다닐가하는 궁금증이 들도록 친절하고 적나라하게 확대해서 보여주고 있지요. 

직업모델이 아니라 현장에서 캐스팅된 소녀모델들에게서 저렇게 자연스러운 긴장감을 그려냈다는 데 오형근이 가진 모델과의 소통력과 함께 대상들인 소녀들의 마음을 깊게 공유하고 이해하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이번 작업에서는 오랜만에 컬러사진을 사용했는데 사진의 색 톤 또한 소녀들, 그리고 소녀들이 한 화장과 같이 어떤 색이 "되다만"듯한 색깔이 주를 이룹니다. 

같은 파랑이더라도 빨강이라도 결코 강렬하지도 안정감을 주지도 못하는, 색이 되다만 듯한 느낌으로 소녀들의 설익은 성숙함과 어설픈 화장을 충실히 '받쳐주고'있지요.  다음은 오형근이 직접 사진의 색조에 대해 설명한 내용입니다. "두드러진건 색감입니다. 단 도식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에요. 촬영할 당시에 아이의 감성적인걸 읽게 되면 그걸 기준으로 색을 정할 뿐이지요. 제 주관적인 느낌으로 '이 아이한테는 이 색을 쓰는게 좋겠다고. 그게 화장의 색조가 될수 있고 감정적인 색조가 될수 있어요"<월간 포토넷 09년 1월, p78-83> 

이렇게 볼수있듯이  오형근은 모델선택, 색감, 사진프린트 등 모든것을 동원해 그가 하려는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형근이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부여를 해준 이야기를 인용하며 마칠까합니다. 

"지금으로부터 한 10년 전쯤 일거에요. 일본 도쿄에 간 적이 있는데 일본여학생들은 하나같이 왜곡된 시선을 갖고 있었어요. 내가 알수 없는 상처나 사건을 경험했나 보다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10년 뒤에 그 소녀들과 비슷한 시선을 가진 아이들이 새벽 1,2시에 동대문, 홍대, 이대에 잔뜩 쏟아져 나와 있더라고요. "<월간 포토넷 09년 1월, p78-83> 사진출처

오형근홈페이지 http://www.heinkuhnoh.com/index.html

국제갤러리 http://www.kukj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