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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전시]마이클 크레이그 마틴(Michael Craig Martin) - 갤러리 현대

출장과 아내의 출산, 그리고 쉴새없이 이어지는 행사준비와 인사이동으로 인한 상사변동으로 몸도 마음도 편할날이 없었던 지난 한달간이었습니다. 간신히 한고비를 넘어간 다음날, 아무런 이유없이 무작정 오랜만에 갤러리 투어를 나섰습니다.

가는날이 폭탄세일날이라고 운좋게도 갤러리 현대에서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전시회가 열리는 날이었습니다.

더욱더 운좋게도 웬 할아버지 한분이 아름다우신 갤러리 직원들에 둘러쌓여 있는 심상치 않는 광경을 포착, 그 할아버지가 작가임을 확인하고 사진까지 찍는 영광스런 시간도 가질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최대한 정중히 요청했는데 할아버지는 수줍은듯이 오케이 하셨지요(꽤 많은 사람을 만난 사람일텐데 수줍어 하는 듯한 모습이 웬지 친근하고 약간 오바하면 귀엽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머 사진을 찍은건 사족이고, 이번 전시는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07년부터 현재까지 최근작을 모아놓은 국내최초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라고 하네요. 그간 마이클의 이력을 소개하는 코너도 입구 좌측에 조그많게 마련해놓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작은 모두 오리지널이지만, 과거 작품은 사진과 도록으로 대체했구요. 그래도 그의 일대기를 약식으로나마 훓어볼수있는 아주 유익한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전시장 입구 왼편에 마련된 그의 과거 작품을 담은 도록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지요. 

출처 : amazon.com



이번에 선보이는 최근작에서는 텍스트가 그의 작품에 주 소재로 등장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위에 사진에서도 보이는 것과같이 과거에는 물잔, 열쇠, 알루미늄 캔 등 주위에서 흔히 접하는 소재만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주요 소재와 함께 텍스트를 겹쳐서 선보였다는 점이지요. 
 

출처 : 국민일보


잘모르겠습니다만 이번 작업에서는 전작에 비해 그렇게 깊은 인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작업에서 전달하려는 이미지상의 임팩트가 전작들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텍스트와 물건을 겹쳐놓으면서 시각이 분산되었고 그것이 혼란속에 아름다음을 주기보다는 무엇을 의도하는지 불분명해지는 역효과처럼 느껴졌습니다.

차라리 알파벳만으로 작업을 선보였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합니다.  마 선생의 작업이 제게 매력있는 이유는 아무것도 아닌 주위 사물을 작업 전면에 자신있고 당돌하게 내세우면서 흔해빠진 사물들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충분히 아름다워 보일수 있다는 새로움을 주기 때문이지요. 

출처 : http://www.shitbirthday.org /


전시형태 또한 90-00년대 작업들은 캔버스를 뛰어넘어 전시회 벽 전체 또는 건물 외벽 등 장소의 제한을 넘나드는 과감한 시도를 통해 설치미술적인 성격을 보여주었던 반면 이번 전시는 모든 작업이 캔버스에만 담겨있어서 조금 심심한 느낌도 없지않았습니다. 

생각을 너무 많이 했던 걸까요? 팝아트는 그냥 싸질러 놓아야 제맛인데 말이지요. 
예전의 통통튀는 마이클의 작업보다는 약간 재미는 떨어졌습니다. 

*출처 : 직접촬영(Galaxy S) / 문제가 되면 삭제하겠습니다 *이번에 가장 재미있게 본 작업


그래도 마이클은 마이클이고, 중요한 사실은 마이클과 악수하고 사진찍었으며 그걸통해 지난 한달간 뚱했던 기분이 한번에 경쾌해졌다는 겁니다. 마이클옹이시여, 이번 전시는 예년에 비해 감동은 덜했어도, 어르신의 존재자체로 큰 기쁨과 감동을 주셨답니다. 부디 건강히 귀국하시길. 

갤러리 현대 만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