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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미술책] 슈퍼컬렉터, 이영란 지음, 학고재 출판

출처 : 알라딘

기자가 쓴 미술책이라 그런지 매우 정갈하다. 이 책은 엄연히 말하자면 미술책이라기 보다는 '미술시장'에 대한 책이다. 누군가 이 책에서 다룬 컬렉터를 미술시장의 꽃이라고 한다면 난 동의할 것이다. 콜렉터만큼 미술과 미술시장, 초심자에서 매니아, 전문가 할것없이 모두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플레이어가 있을까? 이들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매체이다. 나로서는 이들을 통해 다양하게 미술을 즐길 수 있어서 이들의 존재가 감사하다.  

컬렉터가 내게 주는 가장 큰 효용은 이들의 수집 리스트를 통해 작가 레퍼런스가 넓어진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슈퍼컬렉터 반열에 들어선 이들이 사들이는 미술작품은 특정작가군 안으로 수렴한다는 점이 함정이긴 하지만, 가쉽성 읽을거리도 재미가 쏠쏠하고, 이들의 통큰 기부와 문화기여 활동들을 보면 본받을 만한 점 역시 보인다. 하나같이 치열하게 모았을 법한 컬렉션을 쿨하게 사회에 환원하는 이들의 공통된 결말을 보면, 누군가 말하는 자아실현의 끝판왕인 "자기초월"이란 삶이 이런게 아닌가 싶다. 헹여나 절세목적으로 이 방법을 선택한다 할지라도 리스펙한다.    

이 책은 위에 말한 모든 것을 골고루 담고 있다. 기사를 조사에 기반하여 가지칠만한 정보가 풍부한데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들, 그리고 가끔씩 나오는 사진들이 머 나무랄데없다. 훌륭한 책이다. 주관성이 짙은 감상은 최대한 배재하고 알려진 사실만을 잘 조합해 해놓았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글로벌 컬렉터들을 일목요연히 정리한 책은 만나보지 못했다. 김창일(아라리오), 이건희-홍라희(삼성), 서경배(아모레퍼시픽), 송영숙(한미제약) 등 우리나라 컬렉터들까지도 담았다. 비록 한 챕터에 손에 꼽을 만큼 일부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반가웠다. 다음 책을 만날 기회가 된다면 슈퍼까지는 아니더라도 좀더 손에 닿을 법한 "中퍼" 컬렉터나 한국 컬렉터를 다뤄줬으면 좋겠다. 

* 출판사는 학고재다. 갤러리 학고재는 같은 주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 박은주의 '세계의 컬렉터'라는 시리즈 기사역시 흥미롭다(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