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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음악

[드러머] 김영석. 김광석 다시부르기 2

출처 : https://www.discogs.com/

드러머 김영석는 한 번도 얼굴이나 영상으로 만나보지 못했다. 어딜가도 자료를 찾을 수 없다. 그런데 가장 많이 들은 드러머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것도 김광석 다시부르기 2 앨범 한장만 반복했다. 

처음 이 앨범에서 드럼 연주를 들었을때 느꼈던 충격은 지금도 여전하다. 맛깔스런 하이햇 톤이 그 중 압권이다. 싸구려 개미표 심벌같은 느낌이 살짝 드는 하이햇 소리인데(설마 개미표를 쓰지는 않았겠지), 귀에 짝짝 달라붙는 것이 이런것을 보고 그루브라 하는 구나 싶었다.

조동익과의 합 역시 기가 막혔다. 디렉터이자 베이스 플레이어로서의 조동익은 이 앨범에서 그의 탁월함을 여지없이 구현했다. 30년이 다되어가는 앨범임에도 전혀 시간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드러머 김영석은 조동익의 역량을 확실히 극대화하는 연주를 선보인다.  (조동익의 98년 인터뷰 링크. 다시부르기2에 대한 언급이 잠간 있다)

물론 조동익의 베이스가 김영석을 비롯한 피아노, 기타를 전체적으로 감싸는 느낌으로 확실히 전체 밴드를 캐리하고 있다. 김영석의 드럼은 이 앨범에서 엔진이라 하기에는 어딘가 맞지 않는다. 존재감이 너무 묵직하고 조동익이 오히려 이러한 수식에 적합하다. 김영석의 드럼은 휠의 느낌이다. 평범한 외형에 내구성과 탄성을 겸비한 그 타이어가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다.  

이게 기가막힌 합이라는 거다. 말로는 설명하지 못하지만 귀로는 그 역할 분담이 보인다.  구조가 탄탄하고 소위 잘빠진 집에 들어갈때 편안한 느낌, 도드라지지 않는 이 편안함이 탁월해서 감탄이 나온다. 

베스트 트랙을 꼽자면 먼저 바람과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다. 나즈막히 읇조리지만 에너지를 머금은김광석의 보컬이 심심해하지 않게 8비트의 리듬에 그루브를 만땅 충전하는 연주이다. 

이 곡은 다이내믹도 없고 후렴구나 간주부분에서 변형도 없이 하이햇을 닫고 처음부터 끝까지간다. 필인도 딱히 없다. 그런데 나의 베스트 드러밍 퍼포먼스에 꼭 들어가는 곡이다. 그 이유는 8비트 리듬을 이렇게 맛깔나게 연주하는 곡은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드럼라인을 지은 김영석도 그렇지만 이건 전체적인 편곡과 디렉팅을 담당한 조동익의 센스가 단연 돋보이는 곡이다. 바람과 나는 이 앨범의 테마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곡이라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새장속의 친구. 김영석의 하이햇 플레이의 끝판을 보여준다. 이 곡의 포인트는 가사가 전달하는 깨질듯 말듯한 긴장감을 각 악기들이 어떻게 표현하는지일 것이다. 히어로는 함춘호의 스트로크다. 곡 도입에서 함춘호의 스트로크 인트로는 이 곡의 전체 방향성을 단박에 너무나 명쾌하게 그어준다. 

가슴이 턱 막히는 인트로가 추진력이 살짝 떨어질때 나오는 김영석의 16비트 하이햇 플레이. 울퉁불퉁한 시골길 끝에 등장하는 아스팔트 도로같은 안도감을 준다. 게임끝이다. 

여기서도 별도의 장치는 없다. 스트로크 16개를 하는거다. 근데 누구도 이렇게 할수있는 사람은 없을 거다. 16비트가 끝나고 간주에 플레이가 변형되는데,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지금 들어도 세련된 플레이다. 

라이드와 하이햇 오픈클로즈를 동시에 연주하며 탐으로 리듬을 만들어 내어서 전형적인 플레이로 들리지 않는다. 곡에 숨을 쉴 시간을 주면서 긴장감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그밖에 변해가네, 너무 아픈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나의 노래 등등 모든 곡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담겨있다. 빈티지함과 세련됨이 절묘히 섞여있어 들을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김영석으로 찾아보니 당대 탑클래스 세션맨이었다. 조동익과 합이 잘 맞는 이유도 그와 함께 세트로 세션을 많이 한 것같았다. 

앞으로 그의 다른 플레이도 찾아봐야겠다. 먼저는 토이1집. 하, 내가 토이1집을 들을줄이야. 진짜 발라드는 잘 안듣는데, 드러머 디깅하느라 듣게 되는구나. 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