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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음악

[드러머] 스티브 조던, 행간을 채우는 드러머

 

지금까지 가장 인상깊게 본 드럼솔로는 스티브 조던이 빅펄스 컨퍼런스인가 어디에서 했던 드럼솔로였다. 사실 그건 드럼솔로라고 얘기하기 애매한 플레이였다. 자신의 테크닉의 끝을 끌어올려 따라할 사람 있으면 해봐라는 식의 솔로가 전혀 아니었다. 스티브 조던은 처음부터 끝까지 몇 개의 리듬을 돌아가며 연주했고 보기에 따라서는 "나도 할수 있겠다"라는 반응이 나올법한 퍼포먼스였다.

스티브 조던이 다른 유명드러머에 비해서는 플레이가 단조롭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다른 연주자들이 솔로 플레이에서 뽐내기처럼 즐겨하는 그런 변칙적이고 통통 튀는 필인은 없었다. 문자 그대로 없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가장 많이 본 드럼 솔로 영상을 꼽으라면 이 영상이 세 손가락안에 들어간다.

그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너무나 명확히 알수 있는 솔로였다. 너무나 명확해서 속이 후련해졌다.  단순하지만 명쾌한 문장을 읽었을 때 다가오는 쾌감 같았다. 맨날 읽는 책이라 무엇을 말하는지 뻔히 알면서도 볼 수 밖에 없는 그런 연주였다.

스티브 조던은 곁가지를 생략한 문장으로 이야기한다. 짧게 문장을 끊어 치면서 긴장감을 조성하는 소설과 김훈을 읽을 때 받는 즐거움과 비슷하다. 줄거리도 그렇지만 문장을 읽는 맛이 끝내주는 것이다.  한두마디의 리듬만으로 곡 전체를 끌고 가는 그의 저력은 사실 그가 참여한 거의 모든 곡들에서 드러난다. 그만큼 설계가 잘되어 있는 그루브와 톤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사실 문장도 주어와 서술어만 있어도 되지 않나? 주어와 서술어만으로도 충분히 소설이 될수 있다. 그 안에 적절한 단어만 선택하는 것이다. 스티브 조던은 그 선택이 탁월하고 너무나 견고하다. 

스티브 조던은 문장으로 따지면 조사를 잘 쓴다. 그냥 치는 것이 아니라 댕겨치고, 밀어치고, 끊어치고, 윗부분을 치고, 아랫부분을 치고, 가운데도 치고, 눕혀서도 치고, 세워서도 치고... 댕겨서 치는것도 완전 댕길때도 있고 적당이 땡길때도 있고 밀어치듯이 댕겨치고... 리듬을 구성하는 음표 사이를 보이지 않게 쪼갠 다음에 그 사이에 스틱을 밀어 넣는다.  타점에 따라서도 다양하게 소리를 만들어 나간다.

따라서 그가 심플하다고 하는 것은 콩나물 음표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과 같다. 그 안에 리듬을 구성하는 매카니즘을 그는 연습이던지 감각이던지 어쨌던간에 파악을 해서 분해한다음에 재조합해서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스티브 조던은 단순히 카피하기 전에 음표 사이의 행간을 읽어 나가는 내공이 쌓여야 이해할 수 있는 드러머라고 생각한다.

* 참고1. 최근에 이승환 밴드의 드러머인 최기웅이 음표 사이를 쪼개서 연습하는 영상을 올렸다. 나는 처음에 이 연습을 왜하는건지 의아했다. 사실 지금도 백프로 이해가지 않는 영상이다. 그러나 이 영상을 많이 돌려보고 나서 스티브 조던의 플레이를 들으니 왜 그의 플레이가 달리 들렸는지 이해가 좀 되었다.

* 참고2. 스티브 조던은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인기가 없는 드러머로 알고 있는데 그의 오타쿠를 발견하기도 했다. 드러머 임용훈이 인터뷰를 한 홍상흔 드러머인데 모션이 너무 흡사해서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그가 얼마나 스티브조던을 들고 팠는지 볼수 있는 대목이다. 나이가 21살이라하니 연주자로서의 스타일이 어떻게 변화무쌍히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스티브조던 #stevejord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