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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미술] 낸골딘 다큐멘터리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https://www.rottentomatoes.com/

급작스런 출장으로 비행편이 없어 프랑스 파리를 거쳤다.  아무리 서유럽이 처음이라도 출장이라 그런가, 감흥이 강원도 삼척해변 가는 것보다 못하다.  

그래도 예상치 못하게 만난 기쁨이 두가지 있었다. 하나는 에어 프랑스 기내 영화에서 만난 낸골딘의 다큐멘터리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All Beauty and the Bloodshed)"를 본 것이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라 그런지 기내영화도 예술영화가 많았다. 

이 다큐멘터리는 18세에 4년간 괴롭히던 정신질환으로 스스로 세상을 등진 낸 골딘의 언니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그녀의 언니는 5남매의 맏이로 미국의 3대 음악대학으로 손꼽히는 피바디 음악원에 입학허가를 받은 피아노 연주자였다. 언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우리가 익히 보고 있는 낸 골딘의 사진을 잉태한 삶의 태도로 작용했는지 모르겠다.

그도 그럴거이 다른 글을 찾아보니 그녀는 언니의 죽음 이후 가출과 연상의 남성들과의 연애, 그리고 약물에 빠진 것으로 나온다.  유대인으로 미국의 방송통신위원회 격인 Federal Commission of Communication의 이코노미스트와 미국의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보스턴대학에서 교수를 거친 근무한 중산층의 가정에서 조금은 평범한 삶을 살았을 수도 있건만 무엇이 그녀의 언니를 죽음으로 몰았으며, 무엇이 낸 골딘을 뛰쳐나오게 만들었을까? 궁금하다. 

여하튼 다큐멘터리는 낸 골딘의 어린시절에서 훌쩍 건너뛰어 60대 후반의 낸골딘이 시작한 P.A.I.N이라는 시민운동단체 활동을 병행하여 담는다.  

낸 골딘이 이번에 맞선 상대는 마약성 진통제 제조사인 Perdue Pharma사의 소유주이자 미국 30대 부호로 알려진 Sackler 가문이다.  낸 골딘은 P.A.I.N을 통해 Sackler 가문은 자신이 소유한 퍼듀 파마사를 통해 생산한 옥시콘틴(OxyContin)이라는 진통제의 중독성을 축소하고 감독당국(FDA)을 통해 적용범위를 확대하며, 약물의 오남용을 고의적으로 주도했다고 주장한다. 

진통제야 필요한 거라 생산한 사람이 아니고 중독된 사람들을 탓해야하는게 아닌가라는 궁금증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고의적, 악의적으로 오남용을 조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에 있다.  컨설팅사인 맥킨지와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를 통하여 공격적으로 약의 사용을 마케팅했다 정도만 현재는 알 수 있다.

어떻게 얼마나 이들이 관여를 했는지는 알길은 없지만 맥킨지가 이와 관련되어 20여개 미국 주정부나 기관이 제기한 소송에 6억불 규모의 합의금을 지급하고 이를 무마시켰다는 기사를 보면 어쨌던간 옥시콘틴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일조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나보다. 

낸 골딘은 마취제 중독을 경험한 이후 2010년 후반부터 새클러 가문과의 전쟁을 시작했고, 그 방법은 미술가 답계 새클러 가문이 기부한 주류 미술기관, 갤러리에 시위를 하는 것이었다. 낸 골딘의 뉴욕 아파트에 모여인 이삼십 남짓한 활동가들은 결국 새클러의 명성을 미술계에서 하나씩 지워나간다.

이 운동에 동참한 기관 목록을 보면 루브르, 뉴욕메트로폴리탄뮤지엄, 서펜타인갤러리, 구겐하임 등 그 자체로 드림팀이다.  운동은 조용하지만 강력했다. 결국 새클러 가문의 퍼듀파마사는 2021년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미 법원은 이를 승인한다. 2023년까지 항소가 진행중이다. 2023년 5월 뉴욕 주 항소법원은 파산보호를 신청한 새클러 가문의 손을 들어주며, 이들이 꼬리자르기를 지원했다. 새클러사의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소송으로부터 책임을 면해준 효과를 가져왔다. 아직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다큐멘터리는 왜 낸 골딘의 초기 작업을 그녀의 운동과 병행해서 보여줬을까. 중산층의 가정을 박차고 뛰쳐나와 마이너에 눈길을 돌린 그의 저항성은 역작인 The Ballad of Sexual Dependency를 낳았다. 그 힘은 60대에도 여전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일까. 

ps1. 새클러 가문이 어떻게 배를 불려왔는지 파헤친 책의 제목은 Empire of Pain 이다. pain으로 흥하고 P.A.I.N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이 아이러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