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한복판에 자리잡은 일민미술관은 건물 입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커다란 미술전시 현수막 만으로도 보석같은 존재감을 발휘한다. 서울 구도심과 경기 학원가의 정신없는 간판들이 보여주는 시각적인 감흥의 정반대에는 서울 대도심의 거리가 있다. 알록달록 간판들은 키치한 맛이라도 있는데(그렇다고 한국의 간판문화가 좋다는 건 아니다) 서울 도심거리는 무미건조한 회색맛의 거리 뿐이다. 볼거리 없어도 너무 없어진 서울 광화문 거리에는 이순신 장군님만이 바라볼거리인데, 일민미술관의 전시 포스터는 뭔가 서울에도 문화가 있다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포스터 만으로도 존재감이 있는 일민미술관이 이번에는 오랜만에 IMA PICKS 2024라는 기획전을 한다. 일민미술관이 픽했다는 작가들의 그룹전인데 이번에 세번째란다. 2018년, 2021년에 이어 3년만에 개최된 이번전시에는 내가 좋아하는 백현진 작가를 비롯하여 차재민, 김민애 세 작가가 참여한다. 아래 명단을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오늘의 작가상에 노미네이트 또는 수상한 작가(작가 이름 옆에 괄호는 노미네이트된 연도)가 세 명이나 있는 걸 보면 IMA Picks 역시 '오늘의 작가상(MMCA)', '아트스펙트럼(리움)'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히 전시하는 작가들을 선볼 수 있는 자리인 건 확실하다.
2024년에는 김민애(2020), 백현진(2018), 차재민
2021년에는 이은새, 홍승혜, 윤석남
2018년에는 김아영(2019), 이문주, 정윤석(2020)
전시기획자인 윤율리 역시 매우 흥미로운 큐레이터였다. 그동안 봐왔던 정적이고 사무적인 느낌의 큐레이터와 달리 생동감이 넘쳤고, 윤율리 라이팅 코퍼레이션이라는 재기발랄한 작문 용역회사도 운영하고 있었다(실제로 공공기관으로부터 연구용역을 수행한 듯하다). 그만큼 쓰기에 진심인 듯 보였고, 아트인컬쳐나 각종 비평프로그램(난지 창작스튜디오 등)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문장을 활동기반으로 삼는 큐레이터들이 뭔가 굻직한 일을 잘 벌이는데 윤 큐레이터 역시 범상치 않다. follow 버튼이 좀 있으면 눌러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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