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바니(Mathew Barney)는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작가라고 느낀다. 확실히 그의 대표작인 크리매스터 시리즈는 벽에 걸어두고 싶은 이미지와 거리가 있다. 그리고 왠지 너무 미국색이 강하다고 할까? 나 역시 그의 작업이 흥미롭지만, 흔히 '보기 좋은' 작품들과는 달라서 한 번 보고 넘어가는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전을 2차례 밖에 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매튜 바니가 프랑스에서 최신작 Secondary를 전시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의 작업을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시각적인 충격과 센세이션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매튜 바니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통념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저항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는 30년간 계속해온 시리즈인 '구속의 드로잉(Drawing Restraint)'에서 스스로 드로잉하는데 몸을 매달고 거꾸로 그리기는 등 스스로 작업에 물리적인 장애를 세팅해서 그것에 맞서 드로잉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매튜 바니의 작업이 흥미로운 것은 조각, 사진, 드로잉 등의 물리적 작품과 퍼포먼스 등 개별 작업에 이야기를 부여하면서 연결하는 영상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더 우선인지는 잘 모르겠다. 매튜 바니는 조각이 영상보다 우선이라고 하고, 보통 영상을 먼저 만들고 나서 물리적인 작업물을 제작한다고 한다. 물론 그 영상은 전시장에서가 아니면 볼 수가 없다. 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크리매스터 시리즈 역시 전체 영상은 7시간 이상이라고 한다.
최근작인 Secondary 역시 약 60분간의 영상물의 내러티브를 다양한 전시로 확장하고 있다. Secondary는 2023년도 매튜 바니의 스튜디오에서 최초로 공개가 되었다. 이 영상은 2024년에 6~8월 사이에 미국, 영국, 프랑스 3개국의 4개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각종 영상설치와 조각, 회화, 드로잉 등으로 전시가 확장되었다. 참여한 갤러리(이탤릭체는 전시명)는 Regen Projects (LA)의 "commencement", Galerie Max Hetzler (파리)의 "object impact", Sadie Coles HQ (런던)의 "light lens parallax", 그리고 Gladstone Gallery (뉴욕)의 "object replay"로 각각 다른 전시관에 각기 다른 디스플레이와 작업물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전시는 프랑스의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서 또 이어진다. 4개 갤러리와 별개로 열린 이 전시는 Secondary 외에도 Drawing Restraint 시리즈와 Cremaster 시리즈를 전시하면서 일종의 작은 회고전 성격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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