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art now등 각종 잡지에서 설치미술을 비중있게 다루는 것 같고 미디어는 설치미술에 자주 등장하기에 이해하고 싶었다.
먼저 들어가는 입구에 커다랗게 설치된 백남준의 작품이 눈에 띄었다.어떤 잔치에는 항상 초대되는 손님처럼
대문에 떡하니 설치된 백남준의 작품은 재미있기도 했지만 언제까지 '미디어 아트'하면 '백남준'이 얼굴 마담이 되야하는건지, 이제는 새로운 무언가가 백남준처럼 거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리더'자리를 차지해야하는 건 아닌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전시를 다 돌아다녀본 후 백남준의 작품이 프론트에 걸린 이유를 공감할 수 있었다. 백남준의 미디어는 현대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존경해야할 거장임과 동시에 넘어야 할 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얘기랑 상관없는 거지만 백남준의 작품 설치는 어디서 하며, 형상관리라 하나? 작품 보존은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고장나면 어떻게 고치는지 좀 궁금했다.
dual reality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의 의도는 마치 매트릭스처럼 우리는 지금 살고 있는 이 땅 말고 또 다른 세계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각종 미디어로 나타낸 것이라 한다. 그 다른 세계가 온라인이건, 부산 앞바다건, 유럽의 어느 도시건 간에 작가들은 각자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우리가 동시대를 함께 살고 있다고 얘기하는듯했다. 물론 단순히 같은 시간을 향유하는 것 뿐만이 아닌, 물리적으로도 부대낀다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하게 된것은 디지털의 힘이다.
한 작가는 부산앞바다의 바다소리를 실시간으로 미술관에 보내서 스크린속 가상깃발이 바람의 강약에 따라 나부끼도록 설치했고(fig.1) ,
한 미국 작가는 멀리 떨어진 각각의 장소지만 함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실험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원격 키네틱스'인데 비록 장난감의 단순한 움직임이었지만 기술이 발전한다면 원격 축구등의 복잡한 움직임을 요하는 활동도 가능하리라 생각되었다. 영화 '왕의남자'의 대사를 빌리자면, "나 여기있고, 또 나 거기에도 있네"인 것이다.
fig.1. 변지훈
fig.2. 원격키네틱스
전체적으로 작품이 주는 느낌은 '느렸다.' 이 느낌은 입구에 전시되된백남준의 그것과는 확연히 느낌이었다.
백남준의 화면은 굉장히 빠르게 바뀌며 정신이 없다. 동적이며, 불규칙적이다. 현란하게 바뀌는 컬러tv앞에서 관객들은그저 수동적이며 작품속에 차지하는 비중은적다. 외면상 빠르지만, 우리의 뇌는 빠르게 회전할 필요가 없다. 그저 이미지를 느끼기만하면 된다. 하지만 전시된 작가들의 작품은 표면상 느리고 불규칙적이긴 했지만 일정한 줄거리를 담고 있었으며, 그속에서 관객들의 빠른 반응을 요구했다. 느림속에 숨어있는 작가의 의도를 관객들은 일정한 줄거리를 잡아야하는, 그래야 즐길수 있는 것이다. 느리게 전개되는 작 품의 하나하나의 동작에 세심하게 묻어나온다.
백남준은 예술이 소재거리가 많아진다는, 현대 미술에서 미디어는 단순히 설치미술의 표현상 한게를 넓힌 점에서 많은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떻게보면 단순히 미디어도 설치작업의 연장선일뿐이란 생각도 할 수 있겠다. 작가의 의미와 개념미술로서의 그것보다는 미술의 지평을 넓힌다는 것이 백남준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이런 백남준이라는 산을 작가들은 저마다의 표현 방식과 접근 방식으로 접근했으며, 주로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작품이 많았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인터랙티브 성향의 작품이 증가한것은 또 다른 설치 미술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것이라 생각한다. 이 가능성은 디지털 미술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되며 , 보기에 아름답고 보는사람으로 하여금 공감하게 한다면 충분히 그 가치가 있을거라 생각되었다.
작품수도 많고 또 처음보는 미디어 아트라서 미술관 설명을 들었는데('도슨트'라 하더라)의 설명은 매우 도움이 되었다.
함께 설명을 들은 무리중에는 아이들도 있어서 천진난만하게 미술을 보고 만지고, 쓰고 즐기는 아이들을 볼수 있어서 너무 즐거웠다. 물론 만지고 던지고 불고 쓰라고 전시된 작품에 한해서.
F O R : 인터액티브 미디어아트의 현재모습을 알고싶은사람. AGAINST : 새 술도 헌부대에 담아 마시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