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사진에서 사진 찍는 사람의 마음가짐도 그렇고, 사진 찍히는 피사체에 대한 마음가짐도 그렇고 사람에 대한 '무감정,''비인격화'는 어느덧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그런 가치를 당연히 받아들이고 요즘엔 다들 그렇게 찍나보지 하면서 당연스레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던 차에 만화 몬스터를 보았고 몬스터를 본 이후로 그런 현대 사진의 계산된 '무감각함'이 다시 보이더군요.
몬스터의 큰 줄거리는 세상 사람을 모조리 죽이고 자신만 살아나고자하는 '요한'이라 불리는 한 청년의 음모와 그 음모를 저지하고자 하는 일본인 의사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경은 독일이고요. 그 요한의 악함(몬스터)을 키운 곳은 독일의 ‘킨더하임 511’이란 곳이었습니다. 그곳은 독일 정부가 주도하여 만든 비밀 단체로 설립 목적은 어린아이들을 피도 눈물도 없는, 그야말로 아무 감정이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가식적으로 웃는 것도 연습을 시키는 것이지요. 요한의 음모로 ‘킨더하임 511’의 모든 사람은 죽고 살아남은 몇 몇은 요한의 수하노릇을 하며 사람들을 죽이지요. 예외적으로 ‘글리머’란 사람은 511출신임에도 항상 웃으며 사람 좋게 살지만 그의 목적은 요한을 찾아 죽이는 것. 그의 웃음도 결국은 킨더하임에서의 훈련된 웃음이며, 그도 사람이 왜 우는지, 슬퍼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인물입니다. 글리머란 자를 통해 인간성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실감나더군요. 인간의 '인간성'을 잃게 하는 것. 그래서 몬스터를 만드는 것. 그것이 킨더하임의 설립목적이며 결국 그 설립자들은 자신들이 키운 몬스터들에 의해 하나둘 죽어갑니다. 사람을 위협하는 것은 영화‘매트릭스’나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보는 사이보그도 아니요, 자연 재해도 아니고, 인간성을 잃은 사람인 것입니다.
출처 : sayho.org
오늘 잡지 GQ에서 동시대 갤러리 10곳의 대표작을 선정해서 기사화했더군요. 거기서 안드레아 거스키의 신작을 보는 순간 저는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평양에서 수천수만의 사람들을 동원하여 메스 게임하는 장면을 찍은 것이었는데 점점 더 웅장해 지는 거스키의 스케일과 이제는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그만의 개성,
그리고 동시대 미술에서 사진의 위상을 떨치는 최전선에 서 있는 그의 창조성은 작은 잡지종이를 통해서나마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욱더 내 맘에 다가온 것은, 그 사진에서 느껴지는 그 몰 인간성이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같은 옷에 같은 표정, 그리고 같은 '무감정'을 보고 있자니 마치 킨더가든 511의 원생들을 모아 놓으면 이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만화에서 상상만 해왔던 장면을 실제에서 보는 느낌이었고, 그것은 그동안 TV에서 보았던 메스게임의 그것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김일성이나 중국의 메스게임에서는 물론 모든 사람들 다 똑같아 보입니다. 하나같이 같은 옷에 같은 표정, 같은 동작이지요. 하지만 차라리 그들에게는 리더에 대한 열정, 혹은 맹신으로 그들을 하나로 만들고, 보는사람도 ‘아~ 쟤네도 무언가를 열심히 믿고 있는 인간이 구나’ 하는 묘한 동질성이 느껴지곤 하지요.
아무리 기계처럼 움직여도 사람처럼 보인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거스키의 사진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은 정말 아무 감성 없는 군중. 아니, 그래픽툴로 만들어놓은 이미지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아무 감성이 생기지 않더군요. 당연히 사람을 앞에 두고 인간이 가지고 있을 감성을 없다는 것을 느끼니 참 기분이 이상하더군요. 다른 얘기지만 포토그래퍼 김상길님의 작품 제작에 대한 철학은 LIKE A PROGRAM 이랍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이미지를 창출하는 시도, 마음가짐, 방법, 그리고 이미지 제작을 PROGRAM 처럼, 인간의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 것을 목포로 제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건물사진도 찍는다가 아니라 '스캔한다'라고 하더군요. 한술 더떠서 사진가 자체도 프로그램화되어 스캐닝 기계가 되는 것입니다.
미술도 사람이 만든 것일지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태를 반영한다고 할때 위의 사진작품들은 디지털을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을 생각하게 합니다. 한겨레 21에서 얼마 전에 특집기사로 우리 어린아이들이 감정이 없어진다고 하더군요.
슬퍼도 슬픔을 표현할 줄 모르고, 기뻐도 그 기쁨을 표현하는데 서투른 우리들. 슬퍼도 슬퍼할줄 모르면 좋지 않냐고, 그리고 머 사람이 사람을 기계가 만든것처럼 표현하는 것이 뭐가 슬퍼할일이냐고 반문을 할 사람들이 있겠지요. 하지만 하나님이 사람을 만들었을때 기뻐했고, 우리에게 감정을 주신것은 분명히 우리에게 그 감정을 누리며 살기를 원하신 뜻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스리고 정복하라는 자연과 함께 인간의 감정은 우리가 누리고 발전해야할 소중한 인간의 자산인 것입니다. 하지만 당연히 누려야 할 것을 누리지 못하고 좋은 컴퓨터나 편리한 기계들을 사용하는 것을 누린다고 생각하는 우리들. 우리가 누리는 것으로 진정 지녀야 할 것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됩니다. 또한 그런 '무감정'을 전면에 내세우고 잘나가는 예술가들, 또 그것을 보고 즐기는 우리들. 무언가 이런 연결고리를 끊고 사람의 냄새를 불어넣어줄 것이 필요하다고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