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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전시] 히토 슈타이얼 : 데이터의 바다(국립현대미술관)

우리나라의 존재감이 커진 건지, 타이밍이 그런건지 모르겠다. 최근에 글로벌 미술판에서 내노라하는 작가들의 전시가 연이어 열리고 있다.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의 개인전을 한국에서 볼 수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영국의 미술잡지 Art Review가 발표하는 올 해의 미술인Art Power 100 명단에 줄곧 앞 줄에 위치하는 작가이다.

평론가들에게 인정받는 무게감도 그렇지만 내가 그를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시각미술의 비중과 비례하게 때로는 그보다 더욱 비중있게 텍스트를 다루는 작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각작업을 뒷받침해주는 글은 그것 만으로도 작품이고, 예술가의 존재감을 한층 강하게 새겨주는 칼과 같다. 어쩌면 히토 슈타이얼은 텍스트를 뒷받침하기 위해 시각미술을 미디어로 활용하는지도 모르겠다. 

히토 슈타이얼의 '스크린의 추방자들'을 꾸역꾸역 읽긴 했으나 사실 뭔 말인지는 30프로도 모른다. 그래도 그냥 읽었다. 뉴미디어 아트 역시 아직도 미지의 세계이므로 그냥 점심시간에 충동적으로 히토 슈타이얼 전시를 갔다. 간거에 목적이 있었다. 참신한 디스플레이가 장점이자 즐길거리인 뉴미디어 아트 속에 푹 거닐다 왔다. 졸리기도 해서 푹신한 소파에서 한 20분 졸기도 했다. 세계적 거장의 작업을 앞인데 잠이 솔솔 오는게 신기했다. 뉴미디어 아트는 아무생각없이 그냥 누리면 재밌다. 작업을 이해하려고 애쓰면 힘들어진다. 그래서 이번에는 잠도 자보고 멍도 때려가면서 슈타이얼을 마음껏 느끼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