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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워십 갤러리Worship Gallery, 보물Treasure 개성있는 갤러리를 발견했다. 워십 갤러리라는 곳인데, 서브컬쳐를 주로 다루는 곳이라 한다. 이곳에서 한국 스케이트보드 씬을 다룬 사진 전시회를 열었다(전시 관련 데일리그라인드의 기사). '보물'이라는 제목이 사실은 좀 닭살돋긴 하다. 서브컬쳐의 매력은 자신이 보여지는 것에 대해 가치판단을 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쿨함에 있다고 본다. 90-00년대 스케이트씬에 대한 리스펙을 저렇게 밖에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었는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그렇게 대놓고 인정해달라고 하지 않아도 이번 전시의 의미와 이미지들이 주는 임팩트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 일차원적인 메시지의 전시제목을 통해 전시를 보기도 전에 재미가 반감되는 느낌이 들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찾아갔는데 1시에 오픈을 하여서 너털거리며 명동길..
[미술] 1945년 이후 한국 현대미술, 김영나, 미진사 미진사에서 아직도 미술책이 나오나 싶었다. 미진사는 헌책방(중고서점보다 헌책방이 더 어울린다)의 미술코너에 가면 꼭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미술시리즈를 통해 접해왔다. 한 길만을 쭉 판다는 것은 참어렵고, 특히 미술분야 서적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미진사가 밟는 길을 응원한다. 저자인 김영나 역시 이런저런 저서를 통해 이름이 익숙한 학자로 이번 저서를 통해 의미있는 족적을 또 하나 남겼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현대미술을 세련된 도판과 디자인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요즘 저서는 만나보기 어려웠던 차였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아카이빙에 익숙한 학자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현황에 대한 정리가 잘 되어 있다. 비평가적인 학자라면 그 속에 무언가 자기만의 해석을 입혔겠지만 이 책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
[사진] 유르겐 텔러 Juergen Teller의 최근 W 사진시리즈 유르겐 텔러가 패션잡지 W와 콜라보하여 2021.2에 발표한 특집호 사진이 논란거리라는 소식을 시사인 기사를 통해 접했다. 너무 못찍었다는 얘기였다. 2020년도에 문화, 분야별 베스트 수록된 유르겐 텔러의 사진은 분명 그의 베스트는 아니었다. 그러나 자조적인 블랙유머가 꽃혔을때 나오는 통쾌함이 있었다. 패션사진은 이래야돼라는 어떤 고정관념을 대상으로 빅엿을 날리는 것같았다. 잘보이기 위해, 옷에만 모든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 그리고 잘 찍었음을 뽐내고 싶어하는 이미지의 전쟁터같은 패션사진 판에 유르겐 텔러가 "힘좀 빼 이xx들아~" 라며 슬쩍 들이미는 사진같다. 나름대로 2020년에 잘나간 22명의 모델들은 럭셔리한 스튜디오와 정교하게 제작된 배경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간 곳은 LA 길바..
[전시] 화랑미술제 2021 매번 KIAF 티켓을 보내주는 선배덕에 이번에는 화랑미술제를 구경갔다. 화랑미술제는 KIAF 보다 규모도 작은데다 국내 화랑만 참가하는 행사라 발길이 끌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작년에는 KIAF가 코로나로 온라인으로 열렸나? 여튼 그림본지도 오래되어서 오랜만에 아이들 그림구경 시켜주고 싶어서 다녀오게 되었다. 마지막 날인데다 코로나 여파로 한적하게 그림구경하겠지 느긋하게 생각했었다. 우리끼리 또 유유자적 하겠구만 싶었는데 왠걸 거의 KIAF 급으로 늘어선 입장줄에 깜짝 놀랐다. 사람들도 거의 치이다 싶을정도로 많았다. 다음날 신문에 기사좀 뜨겠는걸 싶었다.(아니나 다를까 작년 매출의 2배인 72억원을 판매했단다) 두번째 놀란 것은 생각보다 그림이 볼만한게 많았다는 점이다. 단색화 화가의 그림을 ..
[미술] 서울스퀘어의 줄리언 오피 그래픽 서울역 앞을 병풍처럼 가로막고 남산을 가리는 서울스퀘어를 보다보면 어쩜 저렇게 주변하고 어울리지 않게 도드라져 보이는지 그렇게 지을라고 해도 못짓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 위압적이고 어색해보이는 모습이 이유 모르게 정이 안가는 건물이다(관련 기사 역시 평가에 박하다). 그럼에도 이 건물이 하나 주는 즐거움이 있으니 병풍처럼 펼쳐진 광활한 평면을 스크린 삼아 저녁때가 되면 멋진 작품들이 선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대표적인 작업은 2009년에 설치된 줄리언 오피(Julian Opie)의 그래픽인데 우리나라에서만 유독인지 몰라도 그의 그림은 상업용 빌딩과 아트페어에서 많이 보인다. 그래서 매우 식상하긴 하나 서울스퀘어의 작업은 볼때마다 신선하다. 퇴근길에 움직이는 줄리언 오피의 작업은 여유없이 바삐사는 우리의..
[건축/책] 탈피, 이중용, 픽셀하우스 정림건축이 주최한 건축 웨비나인 원맨원북에 참석했다. 인기가 매우 많은 행사라 겨우 입장했다. 건축잡지 「와이드AR」의 편집장을 지낸 이중용님이 쓴 '탈피'라는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약 90여명의 사람들이 신청했는데 얼마나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그가 하는 이야기를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다. 수십년간 쌓이고 농축된 생각들이 쏟아져 내려오느라 모두 담고 공감하기에는 내가 너무 몰랐다. 그저 에디터로서 자조감, 자부심, 애정 등등 직업인이 가지는 여러 감정을 공감하는것이 더 의미있었다. 그리고 독서매니아이자 글쓰는 사람으로서 그가 보여주는 태도들에서 배울점이 있었다. 책을 읽으면 항상노트를 두고 인상깊은 말을 필사한다는데 그게 분량이 상당하단다. 줌으로 나도 몇가지 질문을 했는데 생각의 지평이 확..
[미술] 삼성 이건희 회장 소장품 가격 감정중 삼성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미술품을 감정한다는 기사가 떴다(링크1, 링크2). 호암미술관, 리움 등 공개한 작품을 제외하고 별도로 개인이 소장한 작품만 가치가 조단위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미술품 평가를 왜 지금하는지 속사정은 잘 모르겠다. 그저 아쉬운 점은 이재용이 삼성의 최고경영자로 등판하기 시작하면서 이병철-이건희로 이어졌던 미술사랑은 플라토의 폐관, 이건희의 부인인 홍라희의 리움 관장 사퇴(2017년) 등등 일련의 사건을 통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관련기사 1, 관련기사2). 그동안 스물스물 연기로만 피어오르더니 이번 미술 가치평가를 통해 본격적을 점화되지 않을까한다. 불은 한번 붙기 시작하면 겉잡을수 없으니 어디까지 태울지 지켜봐야 할 것같다. * 미술평론가 임근준이 정리한 삼성관련 이슈들..
[책]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10권 작년에는 꾸준히 많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봤다. 올해에도 독서는 계속될 것이다. 얼마전에 팔로우하는 블로거가 책을 왜 읽는지 스스로 자문자답하는 글을 봤다. 결론은 머 그냥 자기가 좋아서 읽는 걸로 났다. 나 역시 동감한다. 책을 통한 지적 만족, 살아있는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책을 읽기 위해 내 스스로를 정돈하고 그 분위기 속에 들어가는 것도 좋아하며, 하다못해 책장을 넘길때 뒤적일때 무언가 찾아보는 데서 오는 스릴을 즐기기도 한다. 단순히 읽고 섭취하는 것 이상의 복잡한 유흥거리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물건으로서 책을 좋아하기도 한다. 책은 훌륭한 인테리어 도구이기도 하다. 나 역시 이사온 집에 죽어가는 공간을 책으로 살리는 경험을 했다. 적은 수납공간에서 오는 문제도 해결했다. 방출위기의 책을 구한..
[건축책] 여기가 좋은 이유-내가 사랑한 취향의 공간들, 김선아, 미호 김선아라는 건축가겸 에세이스트가 쓴 책으로 개인적인 기호가 잘 반영된 소위 핫플을 다루고 있다. 심심풀이 책으로 가볍게 쓱쓱 읽어나갔다. 출판은 시공사의 새끼회사 미호라는 곳이 했다. 건축을 잘아는 친구와 옆에 다닐때 머리엔 딴생각으로 반쯤 채우고 건성과 정성, 약 육십대사십 정도의 호응으로 동행하는 느낌으로 책을 봤다. 이런 책을 읽는 재미는 내가 느꼈던 공간이 저자에게는 어떻게 다가왔는지, 그런 교집합을 찾는 과정이다. 건축가이다보니 확실히 묘사와 감상이 세부적이었고 흥미로웠다. 건축가라기 보다는 건축을 잘아는 애호가의 입장에서 적은 책인 만큼 각 공간의 건축적인 의미를 다루지는 않지만, 우리 공간을 다루는 책을 만나서 반가웠다. 도서 검색하다가 비슷한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윤광준이라는 사람이 쓴 ..
[미술] 김창열 화백 부고 소식 물방울 화가 김창열이 2021.1.5 별세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한국 작가로서는 국제적으로 거장 평가를 받는 몇 안되는 인물이기에 그 의미가 좀 더 특별하다. 그의 그림 앞에 서면 '숭고함'이라는 단어가 무엇인지 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 느낌은 새벽 동틀무렵의 바다 앞에서 맞이하는 압도적인 장엄함보다는 상기된 상태로 첫날을 보낸 여름 휴가지의 다음날 아침, 일찍 야트막한 숲길을 산책하면서 느끼는 맑고 깨끗한 기분과도 같다. 자연에서 느끼는 그런 감정을 몇 폭 안되는 캔버스에 담을수 있다는 것은 분명 초인적인 능력이다. 그런 힘이 김창열의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몇몇 외신에서도 그의 부고기사를 실었다. Art News에서 비교적 자세히 그의 예술인생을 정리하고(링크), 그의 작품을 슬라이드쇼로 보여주고 있다..